이차전지株 불장, 반도체 제쳤다?…에코프로 PRS 증권사도 ‘반색’
입력 2025.10.21 14:08
    에코프로·에코프로비엠 한달 새 65%, 41% 급등
    ESS 수요·전기차 판매 회복에 투자심리 반전
    증권가 “지속 상승은 미지수…순환매 가능성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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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차전지주가 일제히 반등하며 투자심리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 확대와 글로벌 전기차 판매 호조 소식이 맞물리며, 그간 주가를 짓눌렀던 우려가 완화된 영향이다.

      특히 에코프로 주가가 오랜만에 기지개를 펴며, 에코프로와 주가수익스왑(PRS) 계약을 맺은 증권사들이 반색하는 분위기다. 낮은 수수료 대신 주가 상승분의 일부를 공유받는 구조로 계약해서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실적 개선 기대가 다소 과도하다는 평가와 함께, 현재의 상승세가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제기된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양극재 기업 에코프로 주가는 이달 들어 20일까지 64.6% 급등했다.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머티도 각각 42.4%, 41% 상승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던 점을 고려하면, 단기간에 이뤄진 급반등이다.

      같은 기간 증시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상장지수펀드(ETF)는 ‘KODEX 2차전지산업레버리지’로 54.9% 뛰었다. 이 ETF는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에코프로,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비엠 등 주요 이차전지 기업 주가를 두 배로 추종한다. 최근 코스피 강세를 견인하고 있는 반도체주를 뛰어넘는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이차전지 업종이 단기적으로 시장의 관심을 다시 끌어모으고 있다.

      에코프로 3형제를 비롯해 이차전지 관련주 전반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9월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이 월간 기준 최대치를 경신하며 그간 투자자들을 움츠러들게 했던 ‘전기차 수요 정체’ 우려가 해소되고, 성장 기대가 일부 반영된 영향이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로모션에 따르면 9월 글로벌 전기차(BEV+PHEV)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한 약 210만대로 집계됐다.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ESS 수요가 급증할 것이란 전망이 겹친 점도 주가 반등의 배경으로 꼽힌다. 한국 배터리 기업 매출의 약 15%를 차지하는 ESS 부문이 AI 확산에 따른 에너지 수요 증가로 새 성장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미·중 무역 갈등 속 중국산 배터리의 미국 수출이 제한될 경우, 국내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기대감도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전기차(EV) 보조금 축소 이후 국내 이차전지 업종의 실적 하향 조정 우려가 주가를 눌러왔으나, 최근 들어 ESS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커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주가 흐름에 에코프로와 8000억원 규모 PRS 계약을 맺은 증권사들은 예상보다 빠른 주가 회복세를 반기는 분위기다. 일반적으로 PRS는 만기 시 기초자산 주가가 기준가를 웃돌더라도 그 초과분이 전부 기업 몫이지만, 이번 계약에는 매각 차익의 10%를 증권사와 나누는 이익 공유 조항이 포함됐다. 

      즉, 이번 계약의 기초자산인 에코프로비엠 주가가 기준가를 웃돌아 매각차익이 발생하면, 그 일부가 증권사 몫으로 돌아가는 구조다. 계약이 체결된 지난 9월만 해도 에코프로비엠 주가가 직전달 대비 하락하며 반등 기대가 낮았지만, 이후 예상보다 빠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증권사들 사이에 추가 이익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의 지난 20일 종가는 16만300원으로, 증권사들과 에코프로가 맺은 기준가(11만8700원) 대비 약 35% 올랐다. 증권사가 PRS 계약을 통해 받는 연간 수수료율은 5%대로 알려졌는데, 현재 시점 기준으로는 추가 3.5%가량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다만 계약기간이 2년인 만큼 정산 시점까지 주가 상승세가 이어질지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이번 주가 반등이 구조적 회복으로 이어질지다. 중장기 주가와 관련해선 시장 안팎의 의견이 엇갈린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급등세를 코스피 강세장 속 순환매 장세의 일환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예컨대 9월 미국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35% 늘어난 것은 전기차 보조금 폐지 전 선주문 효과에 따른 일시적 증가로,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만한 구조적 변화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차전지 업종의 최근 상승은 실적 전망치 상향에 근거한 상승보다는 순환매 성격의 상승에 더 가깝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앞서 ESS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던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ESS 성장 기대에 비해 양극재 업체들의 직접적인 수혜 강도는 다소 제한적”이라며 “2026년 미국 ESS 시장은 LG에너지솔루션의 리튬인산철(LFP) 기반 ESS 중심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이지만, 국내 양극재 업체들은 아직 NCM(니켈·코발트·망간) 계열 양극재만 생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