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SM엔터 시세조종' 1심 무죄…카카오 6% 반등 등 그룹 주가 동반상승
입력 2025.10.21 15:33
    카카오·배재현 등 전원 무죄, 원아시아 지창배 대표만 유죄
    SM 주가 매수 패턴, 시세조종성 인정 어렵다 판단
    무죄 판결에 카카오·페이·게임즈·뱅크 동반 상승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시세를 조종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의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2년8개월간 이어진 사법리스크가 일단락되면서 이날 카카오 주가는 6% 가까이 급등했다.

      21일 오후 기준으로 카카오는 전일 종가 5만8800원 대비 약 6% 오른 6만2300원에 거래됐다. 같은 시각 카카오페이(+4.1%), 카카오게임즈(+3.9%), 카카오뱅크(+2.8%) 등 주요 계열사 주가도 일제히 상승했다.

      시장에선 사법리스크 해소가 투자심리 개선으로 직결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고형 이상 선고 시 카카오뱅크 대주주 적격성 및 글로벌 사업 확장에 제약이 예상됐던 만큼, 무죄 판결은 단기적으로 주가 부담 요인을 덜었다는 분석이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부장판사 양환승)는 이날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와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카카오 및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법인 등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유일하게 지창배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에게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횡령·배임) 혐의가 인정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이 선고됐다.

      법원은 검찰이 제시한 핵심 증거인 이준호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전략부문장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준호의 진술은 중요 부분에서 일관되지 않고, 경험칙과 상식에 반하는 모순이 있으며 당시 객관적 상황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수사 과정에서 허위 진술을 할 동기와 이유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준호는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저지하기 위해 김범수 창업자 등이 공모해 SM 주식을 12만원 이상으로 인위적으로 고정시켰다고 진술했으나, 법원은 이에 대해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행해졌다고 볼 수 없다"며 증거능력을 배척했다

      재판부는 "이준호는 별건 수사에서 수차례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등 심리적 압박을 받았고, 이후 수사기관 의도에 부합하는 진술을 함으로써 리니언시(자진신고 감면)를 신청해 기소를 면했다"며 "허위 진술을 할 동기와 이유가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지난 2023년 2월 카카오가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해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SM엔터 주식을 1100억원어치 장내 고가매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이브의 공개매수 가격(12만원)보다 높게 시세를 유지·고정함으로써 공개매수를 무력화하려 했다는 것이다.

      반면 법원은 이 같은 공모 및 시세조종 의도를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 측은 판결문에서 "당시 SM 경영권 인수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카카오 내부에서 공개매수 저지 논의나 시세조종 공모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하이브의 공개매수 마지막 날(2월 28일) SM 주가가 공개매수가격 이하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지 않았고, 공개매수 실패 가능성이 높아 이를 저지할 필요성도 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거래 패턴에 대한 구체적 분석도 제시했다. 재판부는 "매수 당시 주가·거래량의 동향, 고가매수 주문의 비율, 매수 간 시간 간격, 매수 방식 등 객관적 매매양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도 시세조종성 주문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추가로 제기한 대량보유상황 보고의무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공모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카카오와 원아시아가 '자본시장법상 공동보유자'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다.

      이번 판결로 김범수 창업자에게 씌워졌던 주가조작 프레임은 일시적으로 벗겨졌다. 김 창업자는 선고 직후 "그동안 카카오에 드리워진 시세조종 의혹의 그늘에서 벗어날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카카오 역시 공식 입장을 통해 "2년8개월간 이어진 수사와 재판으로 급격한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한 점은 뼈아프다"며 "이를 만회하고 주어진 사회적 소명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김범수 창업자는 당분간 경영 일선에 복귀하지 않고 치료에 전념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 암 재발로 재수술을 받은 만큼, 회복 추이를 지켜보며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으로서 투자 방향만 조율할 전망이다.

      카카오는 이달 '챗GPT 포 카카오'를 공개하고, 온디바이스 AI '카나나 인 카카오톡' 출시를 예고한 상태다. 시장에서는 이번 판결로 불확실성이 해소되며 카카오의 AI·핀테크 신사업 추진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검찰은 항소 여부를 검토 중이다. 항소가 제기될 경우 사건은 서울고등법원에서 2심이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