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난했지만 뾰족함 없었다"…첫 국감 치른 이억원·이찬진, 정책 '실행력'이 관건
입력 2025.10.21 16:22
    이억원, 생산적 금융 외쳤지만 해법은 모호
    이찬진, 소비자보호 강조했으나 구체성 부족
    부동산·가계부채·PF·자본시장 등 현안 두루 언급
    조직 쇄신·감독 강화 의지…실행력 검증은 이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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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새 금융당국 수장들이 첫 국정감사 무대에 섰다. 20일과 21일, 이틀에 걸쳐 진행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는 이재명 정부에서 새롭게 임명된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나란히 출석했다. 새 정부 금융정책의 윤곽이 드러나는 자리였지만, 전반적 평가는 '무난했다'는 선에서 그쳤다. 정책 기조는 명확했으나 방향성을 구체화하지 못했고, 실행력에 대한 확신도 부족했다는 평가다.

      20일 열린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억원 위원장은 첫 국감에서 부동산, 가계부채, 가상자산, 소비자보호 등 현안을 두루 언급했다. 이 위원장은 '생산적 금융 전환'과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큰 틀을 강조했다. 다만 부동산·가상자산·소비자보호 등 핵심 현안에서 뚜렷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10·15 부동산 대책을 둘러싼 공방이 대표적이었다. 야당은 "서민과 청년의 내 집 마련 사다리를 걷어찼다"며 금융위의 정책 실효성을 정조준했다. 이 위원장은 "과열된 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며 "금융안정과 공급 확대를 함께 고려하겠다"고 설명했다. 

      비상대책이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금융당국이 주택공급까지 언급하는 것은 '역할 혼선'이라는 비판이 뒤따랐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금융당국의 임무에 부동산 대책은 없다"라며 "애꿎은 금융당국이 부동산 대책 돌격대 역할을 할 필요가 없다"라고 말했다.

      가상자산과 스테이블코인, 자본시장 리스크 관련 질의도 이어졌다. 최근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국회는 디지털자산 기본법 입법 방향과 감독체계 마련 상황을 집중 추궁했다. 이 위원장은 스테이블코인 관련 규율을 포함한 가상자산 2단계 법안을 연내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언론인 주가조작 사건 등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대책과 관련해서는 "엄정 대응하겠다"는 원칙론을 강조했지만, 구체적 시스템 강화책은 없었다.

      이 과정에서 저축은행과 중소형 금융사 관련 논의가 빠진 점은 아쉽다는 평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대형사 중심의 규제·감독만 언급됐을 뿐, 실제 시장 리스크가 가장 집중된 저축은행·상호금융권 논의는 실종됐다"라며 "소비자보호 강화라는 큰 틀에 가려, 업권별 대응체계 논의가 다소 빈약했다"고 말했다.

      한 정무위 관계자는 "이억원 위원장이 신중하게 균형을 잡으려 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시장이 보고 싶어 한 것은 '안정'보다는 '결정'이었다"라며 "구체적인 정책 로드맵이나 타임라인이 잘 보이지 않았던 점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다음 날 열린 금감원 국감에서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이찬진 원장은 모두발언에서 "금감원이 보유한 모든 기능이 금융소비자 보호 목표 실현에 온전히 활용될 수 있도록 조직을 재설계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는 올 연말까지 '금융소비자보호기획단을 운영하며, 금융상품 설계부터 판매·사후관리까지 전 과정을 소비자 관점에서 점검하겠다고 강조했다. 금감원 내 소비자보호 담당 임원(CCO)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내부통제위원회 기능을 확대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및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서는 관리 기조를 이어갈 것임을 시사했다. 

      이 원장은 "PF 부실 재발 방지 등을 위해 '부동산PF 건전성 제도개선 방향'을 발표하고, PF 사업장 상시평가 체계를 안착시키는 한편, 은행별 가계대출 관리계획의 이행점검 등 가계부채의 안정적 관리를 유도했다"라며 "미 관세정책 불확실성, 미·중 무역분쟁 심화 등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이므로, 금융시장 위험요인 등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긴장감을 가지고 밀착 모니터링·관리하겠다"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 원장은 BNK금융 회장 선임 절차, 삼성생명 일탈회계, 도이치모터스 대출 의혹 등의 이슈들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특히 이 원장은 BNK금융의 회장 선임 절차가 추석 연휴를 끼고 지난 2일부터 16일까지 지나치게 짧게 이뤄진 것과 관련해 한 여당 의원이 공정성 문제를 지적하자, "절차적 하자 등 문제가 있을 경우 수시검사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빈대인 회장은 현재 연임에 도전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강한 어조로 금감원이 '사후 규제' 기관이었다는 세간의 인식을 바꾸려 했다는 의지가 돋봇였단 평가지만, 구체성이 다소 떨어진 선언에 그쳤다는 아쉬움도 나온다. 특히 정보보호 강화나 디지털 리스크 감독은 현안 대응으로서는 시의적절했지만, 구체적인 예산과 인력 배분 계획이 빠진 점은 준비가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두 수장이 "조직 쇄신의 의지는 보였지만, 실질적 변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감원이 '소비자 중심'이라는 올바른 방향을 제시했지만, 감독 강화와 조직 확대의 명분으로 활용될 우려도 있다"며 "결국 시장은 말보다 행동을 본다"고 말했다.

      전체적으로 이번 금융당국 국감은 새 당국 수장들의 '정책 기조'를 가늠할 수 있었던 자리였다는 평가가 많다. 이억원 위원장은 '금융정책의 중심축 복원'을, 이찬진 원장은 '소비자보호 중심 감독 전환'을 내세웠다. 다만 시장은 두 사람이 던진 방향성보다는 앞으로의 실행력과 정책 일관성을 주목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두 사람 모두 첫 국감에서 안정감을 보여준 건 사실이지만, 금융당국 리더십의 역할은 위기 대응이 아니라 시장을 설득하는 데 있다"라며 "무난했지만 뾰족함은 없었던 만큼 국감 이후 정책을 어떻게 실행해 나가는 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