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공모 구조 조정에 업계 '촉각'
가계대출·업비트 의존도도 리스크로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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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뱅크가 최근 한국거래소와 사전협의에 착수했다. 수요예측 부진으로 상장을 철회한 지 1년여 만에 다시 기업공개(IPO)에 시동을 걸었다. 그간 발목을 잡아온 몸값(밸류)에 대해 케이뱅크가 어떤 해법을 제시할지가 관건이다. 연내 예비심사 청구에 나설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 상장 대표주관사인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은 지난주부터 거래소와 사전협의 절차에 들어갔다. 앞서 케이뱅크는 거래소와 비공식 접촉을 지속하며 상장 추진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초 10월 예비심사 청구를 목표로 했던 일정은 다소 늦춰졌지만, 연내 예심 청구를 위해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한국 기업은 약 일주일간의 사전협의 절차가 마무리되면 예심 청구가 가능하다. 주관사단과 거래소 모두 케이뱅크가 이달 초 예심 청구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한 IB 관계자는 "1~2주 내 예심 청구할 예정"이라며 "현재 거래소와 사전협의를 진행 중이며, 전반적으로 분위기는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거래소 관계자 또한 "당초 일정이 더 빠르게 진행될 줄 알았는데, 지난주 사전협의가 시작됐다"며 "늦어도 11월 중순 예비심사 청구를 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케이뱅크의 이번 상장은 사실상 마지막 도전이다. 내년 7월까지 상장을 마쳐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회사는 2021년 6월 유상증자 당시 재무적 투자자(FI)들은 최대주주인 비씨카드와 함께 동반매각청구권(드래그얼롱) 및 콜옵션이 포함된 주주 간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에 따라 내년 7월까지 상장이 이뤄지지 않으면 FI들은 같은 해 10월까지 동반매각청구권 또는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상장이 지연될 경우 법적 부담으로 직결된다.
예심 절차가 내년으로 넘어가면 FI와 맺은 상장 시한을 맞추기 어렵다. 내년으로 이월될 경우 2025년도 결산 재무자료를 준비해야 해, 실제 예심 청구는 3월 이후에나 가능하다. 예비심사에만 약 45영업일이 소요되고, 이후 증권신고서 심사와 수요예측·공모 절차에도 최소 두 달가량이 더 걸린다. 결국 케이뱅크가 올해 안에 예심을 청구하지 못하면 일정상 상장 완주는 사실상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주관사단은 거래소와 공식 사전협의에 앞서 상당한 준비 과정을 거친 것으로 전해졌다. 거래소는 케이뱅크 측에 그간 반복적으로 지적 돼온 가격(밸류) 문제와 발행사·주주 간 이견을 이번엔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 집중 질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관사단 역시 두 차례 실패 사례를 분석하며 대응 논리를 재정비했다는 후문이다.
이번 IPO의 핵심 변수는 단연 밸류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두 번째 IPO 시도 때 3조 9586억~5조 3억 원의 밸류를 내세웠고 결국 기관 투심을 잡는 데 실패했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을 밸류 산정에 활용했는데 이 과정에서 적용한 PBR 배수 2.56배가 비교군(피어 그룹)에 비해 다소 높다는 지적이 나왔다.
업계에서는 케이뱅크가 이번에는 밸류를 다소 낮추거나, 구주 매출 비중을 줄이거나, 전체 공모 규모를 축소하는 등 다양한 조정안을 검토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다만 기업가치 산정이라는 큰 관문을 넘더라도 케이뱅크가 풀어야 할 숙제는 적지 않다. 업비트 리스크도 거론된다. 금융당국은 향후 케이뱅크의 증권신고서 심사 과정에서 업비트 예치금 편중도, 제휴 종료 시 유동성 리스크, 비상대응계획(컨틴전시 플랜) 등을 집중 점검할 방침이다.
현재 케이뱅크 예치금의 약 16%가 업비트 실명계좌를 통해 유입된 자금으로, 해당 계약은 내년 10월 만료를 앞두고 있다. 업비트와의 제휴 종료가 당장 유동성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그럼에도 한 회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단 점은 지속적인 리스크 관리 대상으로 여겨진다.
가계대출 구조도 변수다. 케이뱅크 전체 여신의 약 90%가 가계대출이다. 정부가 최근 가계부채 관리 강화를 예고한 만큼, 대출 성장세가 꺾일 경우 향후 이익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 리스크로 지적된다.
최근 박범계 의원은 인터넷전문은행의 예대마진 구조를 지적하기도 했다. 시중은행들의 이자비용이 이자수익 대비 60%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소비자들의 이자 부담은 커지는 반면 은행권의 수익성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이러한 구조가 더 뚜렷하다고 언급하며, 케이뱅크의 이자수익 대비 이자비용 비율이 233%에 달했다고 밝혔다.
IB업계 관계자는 "예비심사 청구 전 필요한 절차 준비에 만전을 가하고 있다"며 "큰 문제없이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