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BITDA 적용 합리적 판단"이나…비교기업 구성·할인율 지적 요소
"AI 활용 스토리, 효율화 의미 있으나 관련 테마 수혜는 제한적"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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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캐릭터 '아기상어'로 글로벌 인지도를 얻은 더핑크퐁컴퍼니가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간담회를 열었다. 최근 시장의 최대 투자 트렌드인 인공지능(AI) 테마를 결부한 에쿼티 스토리를 내세웠지만, 투자자 반응은 전반적으로 보수적이다.
최근 '반도체 랠리'를 중심으로 AI·반도체·방산 등 첨단 테크 섹터로 자금이 쏠린 가운데, 콘텐츠 기반 지적재산권(IP) 기업은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낮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 같은 환경 속에서 회사는 '콘텐츠 기업이 아닌 AI 테크 기반 플랫폼 기업'이라는 정체성을 강조하며 시장 설득에 나섰다.
3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IPO 간담회에서 회사 측은 "더핑크퐁컴퍼니는 방송사나 배급사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플랫폼과 채널을 통해 콘텐츠를 유통한다"며 "AI 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제작비를 회수하고, 반복 가능한 성공 모델을 갖춘 엔터테크(Enter-Tech)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AI 기술을 접목해 기업의 콘텐츠 제작 효율성과 수익성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또 핵심 IP(아기상어·베베핀 등)를 기반으로 AI 데이터 분석·번역·더빙 기술을 도입해 제작비 회수율을 높이는 구조를 구축하는 동시에 콘텐츠 중심에서 캐릭터 기반 상품(MD)·라이선스 사업으로 확장하고, 글로벌 현지화 전략을 병행해 외형 성장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스토리는 나름의 논리와 타당성을 갖췄지만, 시장의 시각은 여전히 신중하다. 증권사 한 연구원은 "회사가 제시하는 AI 기반 제작 모델은 효율화 측면에선 의미가 있으나, 현재 투자시장을 주도하는 AI 테마는 AI 칩·피지컬 AI(로봇) 중심으로, '콘텐츠 AI'는 독립적인 성장 테마로 인식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공모가 밴드에 대한 부담도 남는다. 더핑크퐁컴퍼니는 기존 거론되던 1조원대 밸류에서 절반 수준인 5000억원대로 낮췄지만, 여전히 상단은 높다는 평가가 많다.
회사는 순이익 변동성을 고려해 기업가치 대비 상각 전 영업이익(EV/EBITDA) 방식을 적용했다. 2019년 순이익 229억원을 기록한 뒤 3년 연속 적자를 냈고, 지난해 턴어라운드했지만 50억원 규모에 그친 점을 감안한 결정이다.
EV/EBITDA 19.87배를 적용해 주당 평가가액 4만4864원을 산정하고, 여기에 15.3~28.7%의 할인율을 반영해 공모가를 제시했다. 최근 IPO들의 평균 할인율(30~40%) 대비 보수성이 떨어지는 수준이다. 또 비교기업으로 일본 산리오·토에이 애니메이션·카도가와, 국내 SAMG엔터테인먼트를 제시했는데, 시가총액 14조원 규모의 산리오를 포함한 점이 공모가 상단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기관투자자들의 반응은 대체적으로 보수적이다. 상단보다는 하단 구간에 주문이 몰릴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하며, 일정 수준의 수요는 있겠지만 시장 주도 업종이 아니라는 점에서 기대감은 제한적이라는 분위기다.
실제 한 공모주 펀드 매니저는 "가격이 다소 높은 편이라 포트폴리오에 넣더라도 하단 근처에서만 참여할 계획"이라며 "AI·테크 섹터에 비해 콘텐츠주는 상대적으로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더핑크퐁컴퍼니의 상장은 IP 기업이 테크 스토리를 통해 시장의 관심을 얼마나 끌어낼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증권사 한 스몰캡 연구원은 "AI를 강조한 전략은 마케팅 측면에서 이해되지만, 시장이 주목하는 AI 영역과는 결이 다르다"며 "기관들이 중립적 스탠스를 유지하는 이유도 직접적인 AI 테마 수혜주보다는 여전히 캐릭터 IP기업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SAMG엔터 이후 5000억원대 규모의 준척급 IP기업 상장으로 일정 수준의 수요는 있겠지만, 시장 주도 업종이 아닌 만큼 기대감은 제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