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점 근접, 환율 변동 영향 속 이익실현 풀이
삼성전자는 매수세… AI 경쟁 속 상승 기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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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의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9월 이후 주가 상승 속도가 붙더니 지난달 말 시가총액 400조원을 돌파했다. 3분기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거뒀고,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력도 가시화하는 등 호재가 이어졌다.
11월 첫 거래일인 3일에는 60만원 벽을 넘어서며 새 역사를 썼다. 같은 날 SK증권은 목표주가를 내년 예상 주당순이익(EPS)에 PEF 11배를 적용한 '100만원'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반면 외국인들은 숨고르기에 나선 모습이다. SK하이닉스 외국인 주주들은 10월 내내 매도 우위세를 이어갔다. 10월 외국인 순매도 상위 1위 종목에 오르기도했다. 주가가 30만원 초중반대일 때 56%를 넘었던 외국인 주주율은 10월말까지 2%포인트 이상 빠졌다.
SK하이닉스와 AI 시장에 대한 전망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수퍼사이클에 접어들었단 평이 많지만 조심스러운 의견도 없지 않다. 유수의 외국계 증권사들도 SK하이닉스의 10월 랠리에 대해 '밸류에이션이 선반영됐다'거나 '메모리 사이클이 정점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짚었다.
SK하이닉스가 본격적인 랠리에 들어간 9월 이후는 원달러 환율이 다시 고개를 들던 시점이다. 해외 투자자 입장에선 달러 강세 국면에서는 원화 자산을 조정할 필요성도 있다. 고점에 가까워졌다는 평가, 환율 문제 등이 외국인의 단기 거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운용사 주식투자 담당자는 "외국인이 SK하이닉스 주가가 40만원을 넘어선 후 차익 실현에 나섰는데 개인과 ETF 자금이 이를 압도하며 주가를 끌어올렸다"며 "AI와 반도체 업종의 주가 상승은 향후 실적으로 정당화되지만 지금은 너무 속도가 빨라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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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삼성전자와 대비된다. 삼성전자 주가도 SK하이닉스처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외국인 주주들의 행보는 사뭇 다르다. 외국인들은 10월 내내 삼성전자 주식을 사모으는 데 집중했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50%를 밑돌던 외국인 주주 보유율은 53% 수준까지 높아졌다.
삼성전자는 HBM 초기 대응에 실패하면서 한동안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러나 이후 HBM 사업에 역량을 기울이면서 기술 격차를 좁혀 갔다. 최근엔 6세대 HBM(HBM4) 출하를 준비하고 있다. 최근 엔비디아가 한국에 공급하기로 한 GPU에도 삼성전자의 HBM이 쓰일 것으로 점쳐진다.
현재까지 AI 산업은 '학습'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었지만, 점차 이를 실제 서비스 환경에서 활용하는 '추론'의 영역으로 넘어가고 있다. 그 다음은 이를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하는 제조 AI(Physical AI)다. 갈수록 GPU뿐만 아니라 고사양 D램, 낸드가 대규모로 필요해진다.
이런 흐름에서 D램 강자인 삼성전자가 다시 외인들의 시선을 모으는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D램 수요가 폭발하면 다시 반도체 왕좌 자리를 되찾을 수 있어서다. 아직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에 비해 주가 상승폭이 크지 않아 향후 상승 잠재력이 더 크다는 점도 주목받고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현 시점에선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 경쟁력이 삼성전자를 앞서고 내년 이익 증가폭도 가파를 것"이라며 "다만 SK하이닉스가 미래 이익을 더 빨리 반영한 상태라 미래 성장 전망은 삼성전자 쪽이 더 좋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