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I 제출 2곳 모두 진정성과 자본력 의심
26일 본입찰은 예정대로 진행
매각 실패시, 청산·자구안·2차M&A 등 선택지
법원 앞에 선 민주당…법원이 구조조정 선봉에 설까?
시간 벌기 위해선 재차 M&A 시도해야
메리츠 등 채권자협의회 동의 여부가 최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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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인수 후보들의 윤곽이 드러나자 경영권 매각의 향방은 오히려 더 깊은 미궁에 빠져든 모양새다.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두 기업에 대한 진정성 및 자금력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 법원은 오는 26일로 본입찰을 예정대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3주 이내 실체가 명확한 인수후보자가 등장하지 않는다면 홈플러스는 다시 한번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된다.
홈플러스가 이번 M&A에 실패하면, 법원이 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3가지로 요약된다. ▲회생절차를 폐지해 청산 절차에 돌입하거나 ▲M&A 없이 홈플러스 자체적으로 회생계획안을 도출하거나 ▲재차 M&A를 추진하는 방식을 두고 숙고하게 된다.
애초 홈플러스의 처리 방안 가운데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빚잔치' 였다. 홈플러스가 운영을 계속하지 않고 청산했을 때의 가치(약 3조7000억원)가 기업을 계속 운영했을 때의 가치(약 2조5000억원)보다 월등히 높기 때문에 경영을 계속 이어나갈 유인이 크지 않았다. 전국 각지에 점포를 보유하고 있어 부동산 자산 가치가 높게 평가 받는 오프라인 유통기업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야하지만, 이론적으론 곧바로 청산절차에 돌입해도 무방한 상황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무자 회사, 즉 홈플러스는 새로운 인수자를 찾아 나섰다. 당연한 수순이었지만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미리 갖고 있는 지분을 모두 소각했다. 법원 역시 이례적으로 빠른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내리며 홈플러스 회생 가능성에 힘을 보탰고, 인가전M&A 역시 신속하게 허가하며 속도감 있는 경영권 매각 작업을 지원했다. 이같은 노력 끝에 2곳의 인수후보(하렉스인포텍·스노마드)가 등장했는데 한 곳은 완전자본잠식, 한 곳은 현금이 8000만원에 불과한 기업이었다.
현재는 매각주관사가 두 회사에 자금조달 계획을 요청한 상태다. 곧 실사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법원과 매각주관사, 정치권과 노조 등 모두 후보기업들에 대한 완주 가능성을 그리 높게 보진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본입찰에 두 기업이 모두 참여할진 예단하기 이르다.
본입찰이 실패로 돌아간다고 곧바로 청산절차에 돌입할 것인지도 미지수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5일 서울회생법원 앞에서 '정상화 절차'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유암코와 캠코 등 구조조정 전문기관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유암코, 캠코 그리고 한때 등판설(?)이 거론됐던 산업은행까지 채무관계가 없는 정부기관이 나서서 홈플러스를 책임질 이유와 명분이 명확하지 않을뿐더러 실효성에도 의문 부호가 붙는게 사실이다.
그러나 청산보단 정상화(?)에 무게를 싣는 정치권의 움직임은 법원이 곧바로 파산 절차 진행하는데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순 있다. 점포의 폐지와 자산 매각, 인력 구조조정 등 홈플러스 청산 결정에 따른 대내외 반발과 여론의 부담을 오롯이 법원이 져야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만약 청산절차 대신 홈플러스가 M&A를 진행하지 않은채 회생계획안을 자체적으로 도출한다면?
법원이 회생계획안을 인가하기 위해선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가 보다 높아야 한다는 기본 전제가 깔려있다. 홈플러스는 영업력에 상당한 타격을 입고 시재가 지속적으로 말라가는 상황이기 때문에 계속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데는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 반대로 청산가치를 낮추기 위해선 몸집을 확 줄여야한다. 이 과정에선 점포의 폐지와 부동산의 매각이 필수적이다.
불가능한 방안은 아니지만, 이 역시 법원이 전권(全權)을 쥐고 홈플러스의 경영에 직접적으로 꾸준히 관여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야한다. 의사 결정 하나하나에 번번이 정치권과 노조 등 외부의 눈치를 살펴야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의미다.
홈플러스가 재기를 노릴 수 있는 마지막 방안은 재차 M&A를 시도하는 것이다. 2차 M&A가 진행된다면 홈플러스는 벼랑끝에서 한발짝 물러서서 시간을 벌 수 있다. 법원 또한 청산과 자산매각, 구조조정에 대한 부담을 다소 덜어낼 수 있다.
홈플러스가 재차 M&A를 진행하기 위해선 법원이 채권자협의회와의 합의를 필수적으로 요구할 가능성이 높은데, 메리츠금융그룹을 비롯한 채권단이 적극적으로 동의할진 미지수다.
사실 메리츠는 이미 충분한 담보를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홈플러스가 청산 절차에 돌입해도 피해가 제한적이다. 채권을 얼마나 회수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지만 홈플러스의 자산 평가액을 보면 1조2000억원(메리츠 신고금액 기준)의 채권 회수는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합의가 불발된다면, 홈플러스의 청산에 대한 메리츠의 책임론이 확산할 수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회생절차를 계속 진행한다면, 이자율 조정 등을 감수해야하는 메리츠의 손익계산도 상당히 복잡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과거에도 쌍용건설, STX중공업, 성동조선해양 등 회생절차를 밟는 기업이 1차 매각에서 인수자를 찾지 못해 2~3차까지 넘어가는 경우가 있었다. 다만 협상의 여지가 있는 후보자가 있었을 경우, 또는 회사의 사정이 나아져 추후 후보자가 등장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나 가능했다. 사실 2~3차 M&A를 진행해도 성공하리라 보장하긴 어렵다.
우리나라 대기업들 대부분은 홈플러스 인수에 대한 손익계산을 이미 마치고 관망세로 돌아섰다. 정치권에서 분위기를 띄우고 있는 정책 자금 투입은 현실성을 검증해야 하고 또 신중해야 한다. 만약 정책자금이 투입된다면 메리츠와 몇몇 금융기관들이 갖고 있는 채권을 정부 자금으로 지원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로선 대내외 전방위적 압박을 받고 있는 농협(?) 정도가 희망을 걸어볼만한 유일한 후보로 거론된다. 법원이 농협을 얼마나 유의미한 후보로 염두에 두고 있는지, 그리고 농협이 진성 의지를 갖고 인수전에 등판할진 좀 더 지켜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