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지 어긋난 분배율 높이기"…'20% 육박' 분배율 커버드콜 운영 '우려'
입력 2025.11.06 07:00
    매도 비중 조정통한 고분배율 확보…"본취지 어긋난 경쟁력 제고"지적
    ETF 시장 전반에 '성과 경쟁' 확산…패시브 원칙·지속가능성 논란
    "증시 랠리로 인한 구조적 현상…하락기엔 리스크 확대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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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280조원 규모로 성장한 ETF 시장에서 운용사 간 차별화 경쟁이 심화되면서, 커버드콜 ETF의 분배율 경쟁 역시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의 상승세 속에 분배금이 높은 상품으로 개인 자금이 몰리자, 일부 운용사들이 옵션 매도 비중 조정 등으로 고분배율을 부각하는 전략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이 커버드콜의 본래 취지인 안정적 인컴 확보보다는 단기 성과 중심의 '분배율 경쟁'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으로 KB자산운용의 'RISE 200위클리커버드콜'은 기초자산의 100%에 해당하는 콜옵션을 매도했지만, 최근 들어 매도 비중을 절반 수준으로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코스피 4000 돌파 등 증시 강세가 이어지자 상방을 일부 열어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조정이란 평이다. 실제로 해당 상품의 올해 월평균 분배율은 1.48로 연 기준으론 18%에 육박한다.

      다만 패시브 ETF의 원칙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단기적으로 수익률과 분배율을 끌어올릴 수 있으나, 패시브 ETF의 운용 일관성 훼손과 하락장 대응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 같은 고분배율을 추종하는 흐름은 특정 운용사에 국한되지 않는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자산운용의 'PLUS 고배당주위클리커버드콜'은 연 19.66%,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미국나스닥100데일리커버드콜OTM'은 연 19.52%로 연 20%에 육박한다.

      또 코스피를 기초지수로 한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00타겟위클리커버드콜' 역시 월평균 1.4%(연환산 약 17%) 수준으로 높다.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시장 전반이 고분배율 구조로 재편되며 사실상 '성과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며 "분배율을 높이기 위한 운용 조정이 반복될 경우, 커버드콜의 안정성이라는 본래 목적이 희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커버드콜 ETF는 기초지수를 추종하면서 콜옵션을 매도해 프리미엄(옵션)을 확보하는 구조다. 상승장에서 수익은 일부 제한되지만, 꾸준한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인컴형 ETF'로 분류된다.

      하지만 최근 시장에서는 분배율이 연 17~20%에 육박하는 상품이 속속 등장하며, 커버드콜의 본질이 흐려지고 있다는 평가가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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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커버드콜은 일정 부분 상승 여력을 포기하고 인컴을 얻는 구조인데, 분배율이 20% 가까이 유지된다는 건 기초지수의 성장 속도를 고려했을 때 구조적으로 지속 가능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장기적으로는 분배 재원이 소진돼 원금 훼손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패시브 ETF의 경우 장세에 따라 매도 비중을 조정하기보다 일관된 룰을 지켜야 신뢰가 유지된다"고 덧붙였다.

      KB자산운용은 상품 옵션 조정을 두고 "시장 대응 차원의 재량 운용"이라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위클리커버드콜은 '고정형'이 아니기 때문에 시장 변동성과 옵션 프리미엄 수준에 따라 매도 비중을 일부 조정할 수 있다"며 "상관계수 0.9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지수 추종성과 상품의 본질은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상승장에서는 상방을 일부 열고, 조정장에서는 상황에 맞춰 리스크를 유연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TF 시장 내 고분배 경쟁은 단기간에 진정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커버드콜 ETF 순자산은 2023년 말 약 8000억원에서 올해 13조원을 넘어서며 단기간에 급증했다. 업계는 개인투자자의 월 분배금 수요가 강한 만큼, 당분간 '분배율 중심의 경쟁 구도'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커버드콜 ETF의 고분배율 흐름은 특정 운용사의 일탈이라기보다 시장 전체가 겪고 있는 구조적 현상"이라며 "증시 랠리 효과로 인해 고분배율 전략이 아직까지 큰 문제없이 유지될 수 있지만, 하락장에서는 리스크가 분명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일본에서도 월지급식펀드가 인기를 끌며 분배율 경쟁이 과열됐다가 수익률 급락과 자금 이탈로 시장이 사실상 사라진 바 있다"며 "고분배 경쟁이 장기적으로 투자자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을 운용사들도 인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