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투자자들 관심 많지만
버블 논란에 밸류 변동성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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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사 엑스에너지(X-energy)가 국내 투자자를 대상으로 자금 유치에 나섰다. SMR을 확보하려는 글로벌 빅테크 간 경쟁이 치열해지며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단 평가다.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AI 데이터센터의 안정적 전력 공급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자 차세대 원전 기술이 대안으로 주목받는 모습이다. AI발 SMR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며 선제적으로 투자해 온 국내 기업들이 수혜를 볼 수 있단 전망이 나온다.
11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사 엑스에너지는 국내에서 펀딩을 추진하고 있다. 규모는 수백억원대로 전해진다. 이번 투자 라운드에는 DL이앤씨와 미래에셋금융그룹이 참여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엑스에너지는 냉각재로 고온가스를 사용하는 4세대 원전 기업으로, 테라파워(TerraPower), 뉴스케일파워(NuScale Power)와 함께 미국 SMR 시장을 이끄는 대표 주자다.
지난해 10월 아마존이 엑스에너지에 5억달러(약 7102억원)를 투자해 관심이 집중됐다. 아마존은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막대한 전기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지분 투자를 결정했다며 2039년까지 엑스에너지의 SMR 5GW를 도입한단 계획을 밝혔다.
국내에서는 이미 DL이앤씨와 두산에너빌리티가 2023년 전환사채(CB) 형태로 초기 투자를 단행했다. DL이앤씨가 2000만달러(약 273억원), 두산에너빌리티가 500만달러(약 68억원)를 각각 투자했다. 두 회사는 보유 중이던 CB를 올해 초 일부 지분으로 전환하며, 현재 일정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엑스에너지는 2029년 상용화를 목표로 SMR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이 본격화될수록 국내 기업들의 협력 기회도 확대될 전망이다. DL이앤씨는 설계·조달·시공(EPC) 파트너로, 두산에너빌리티는 주기기 공급사로 협력한다.
DL이앤씨는 엑스에너지의 SMR 플랜트 EPC(설계·조달·시공) 파트너로서 향후 사업 연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추가 투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금융그룹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미래에셋그룹은 AI 밸류체인 전반에 대한 투자 관심이 높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 8월 TIGER 코리아원자력 ETF를 출시한 데 이어 이번 달엔 TIGER 미국AI전력SMR ETF를 내놓기도 했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AI 산업이 지속 성장하며 데이터센터 전력망이 포화 상태"라며 "SMR은 안정적인 온사이트 발전을 구현할 수 있어 차세대 전력 인프라의 게임 체인저로 꼽힌다"고 말했다.
다만 신중론도 있다. AI 버블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며 이미 미국에 상장된 원전주들의 주가 변동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비상장사 밸류에이션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AI 열풍 속에서 관련 주식들이 과열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긴 호흡으로 봤을 땐 수혜주가 맞지만 SMR이 상용화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만큼, 밸류 산정이 불안정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DL이앤씨는 "기존 투자자로서 사업 협력을 진행 중이다"고 했다. 미래에셋 측은 "확인이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