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신용보강 4조3천억' 여전히 업계 톱…공격적인 영업 유지
"발행어음 인가·부동산PF 감축 속도가 향후 IB 평가 가를 변수"
-
올해를 '정통 IB' 원년으로 선언하며 부동산 편중 완화에 나선 메리츠증권의 체질 개선에는 시간이 더 필요할 전망이다. 기업금융(IB)·자산관리(WM) 부문에서 개선 흐름이 나타나고 있지만, 그룹 전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익스포저가 여전히 압도적인 규모를 유지하고 있어 정통 IB 중심 구조로의 전환 속도가 얼마나 날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다.
메리츠증권은 올해 3분기 연결 순이익이 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4.1% 증가했고, 누적 순익도 6435억원으로 18% 늘었다. 메리츠화재 등 주요 금융 계열사 실적이 둔화된 가운데 증권사를 중심으로 플러스 성장을 유지했다는 점은 의미 있다는 평가다.
기업금융 순영업수익은 129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했다. 다만 공시 기준에서 기업금융 항목에는 정통 IB 수수료뿐 아니라 기타 금융 수익도 함께 포함돼 있어 정통 IB 부문이 어느 정도 독립적으로 기여했는지는 숫자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실제 스팩을 제외하면 IPO 주관 실적은 두드러지지 않았고, 공모채 역시 금융채·특수채 중심이었다. 한 증권사 ECM 관계자는 "ECM은 평소 레코드와 신뢰가 시장 지위를 좌우하는 영역인데, 그런 의미의 존재감은 아직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WM 부문 역시 성장 폭이 뚜렷하다. 3분기 자산관리 순영업수익은 590억원으로 전년 대비 480% 늘었고, 위탁매매 수익도 14% 증가했다. 무료수수료 정책으로 늘어난 예탁자산이 채권·ETN·랩 판매 증가로 이어진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무료수수료 정책 종료 시점이 1년여 앞으로 다가온 만큼, 현재의 성장이 중기 수익성으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장원재 대표는 AI 기반 트레이딩·투자 플랫폼을 내년 1분기 출시해 디지털 PB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문제는 부동산 PF 비중이 여전히 회사 포트폴리오의 중심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의 부동산 PF 관련 신용보강 규모는 지난해 말 2조8136억원에서 올해 8월 말 4조3665억원까지 늘었다. 증가 속도만 보면 업계에서 가장 공격적인 수준이며, 증권업계 전체에서도 PF 신용보강 규모가 가장 큰 하우스로 분류된다.
그룹 차원의 편중도 뚜렷하다. 메리츠금융지주의 부동산 금융 익스포저는 28조3000억원으로 총자산의 21% 수준이며, 이 중 23조9000억원이 국내 프로젝트에 투자돼 있다. 국내 PF 평균 LTV가 84%에 달하는 만큼 가격 조정 시 손실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 증권사 실무자는 "부동산 PF로 빠르게 성장한 하우스인 만큼 체질 전환은 점진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며 "주요 수입원을 즉각적으로 축소하기엔 현실적 제약이 크다"고 말했다.
물론 메리츠증권은 올해 내부적으로 PF 인력 약 20% 감축 논의가 진행돼 온 것으로 알려졌다. 비(非)부동산 기업금융 인력 역시 최근까지도 공격적으로 영입하고 있어 정통 IB 역량 강화 기조는 유지되고 있다.
다만 실적 지표만 따져보면 '정통 IB' 전환은 아직 초기 단계라는 분석이다. ECM·DCM 등 본부별로 30명 넘게 인력을 충원했음에도 공모채·유상증자·IPO 등에서 눈에 띄는 트랙레코드는 아직 많지 않다. 업계에서는 "고액 연봉으로 영입한 인력 성과가 쌓이지 않으면 조직 유지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국이 심사 중인 발행어음 인가 여부도 정통 IB 확장성과 직결되는 변수다. 인가 시 최대 14조원 조달이 가능하지만, 이화전기 BW 수사와 최근 국감에서 제기된 PF 연대보증 논란 등이 내부통제·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이어진다.
한 증권사 금융 연구원은 "IB 부문과 WM 등에서 성장 흐름이 나타난 것은 사실이지만 PF 익스포저가 확대된 점 등은 정통 IB 체질 전환이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다는 방증"이라며 "발행어음 인가, PF 감축 속도, 신규 IB 인력의 딜 성과가 향후 메리츠증권 평가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