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美 상승에 베팅하는 개인들...국내 증시 조정에 엇갈린 ETF 시장 희비
입력 2025.12.04 07:00
    미국 대표지수 ETF 대거 유입…미래 'TIGER 미국S&P500' 7406억
    국내는 파킹형·커버드콜 강세…삼성 '금융채 액티브' 1조2433억
    원화 약세·외국인 12조 기록적 매도세 속 '방어적 투자' 흐름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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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글로벌·국내 증시 변동성이 극심했던 11월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은 투자자들의 자금 흐름이 뚜렷한 '투트랙' 양상을 보였다. 해외 ETF에는 변동성을 감수하면서도 S&P500 등 미국 대표지수에 베팅하려는 자금이 꾸준히 유입된 반면, 국내 ETF 시장에서는 파킹형·단기금리형 상품 중심의 방어적 포지셔닝이 강화됐다. 

      같은 조정장 속에서도 해외 '지수 우상향' 기대와 국내 '리스크 회피' 심리가 극명하게 엇갈리며, ETF 투자 행태가 자산·지역별로 완전히 다른 방향을 가리킨 셈이다.

      1일 코스콤 'ETF 체크'에 따르면 지난달 자금 유입 상위권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S&P500·나스닥100',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미국나스닥100' 등 미국 대표지수 기반 상품이 대부분을 채웠다. 

      미래에셋의 TIGERS&P500은 지난달에만 7406억원이 유입됐다. 미국글로벌 변동성이 확대된 상황에서도 개인 투자자들은 미국 시장에 대해 "조정은 일시적일 뿐 중장기적으로는 우상향"이라는 '미국 증시' 자체에 대한 신뢰가 작동한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국내 ETF 시장에서는 파킹형·현금성 자산 선호가 더욱 뚜렷해졌다. 금융채·CD금리·머니마켓 기반 '파킹형' ETF가 지난달 유입 상위권을 장악했고, 개인 투자자들 역시 특정 업종에 대한 상승 베팅보다는 '현금 ETF'를 통해 변동성 관리에 집중했다. 

      특히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6-12 금융채(AA- 이상) 액티브' ETF는 한 달간 1조2433억원이 몰리며 전체 1위를 기록했다. 해당 상품은 내년 12월 만기가 도래하는 AA- 이상 금융채에 투자하는 구조로, 금리 변동성 확대 구간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려는 수요가 집중된 것으로 풀이된다.

      파킹형 ETF는 초단기 채권·CD·RP 등에 투자해 하루만 자금을 넣어도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로, 머니마켓펀드(MMF)와 유사하지만 실시간 매매 가능성과 낮은 수수료가 강점이다. 한국무위험지표금리(KOFR) 지수나 CD금리를 추종하는 다양한 구조가 도입되며 퇴직연금·법인자금 등 기관성 수요까지 확보한 점도 최근 자금 유입을 뒷받침했다. 미래에셋의 TIGER 머니마켓액티브(4977억원) 역시 같은 맥락에서 수요가 강화됐다. 

      커버드콜 ETF도 자금 유입 상위권에서 존재감을 나타냈다. 커버드콜은 기초자산(주식·채권)의 등락에 일부 노출되되 콜옵션 매도를 통해 프리미엄을 확보하는 전략으로, 변동성이 확대되거나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는 국면에서 인컴 기반의 방어 전략으로 유효성이 높아진다. 

      삼성의 'KODEX 200타겟위클리커버드콜'은 지난달 3283억원이 유입되며 상위권에 올랐다. 주가 상승이 제한돼도 월 단위 인컴이 확보된다는 점이 불확실성 국면에서 매력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지수형 ETF인 삼성 'KODEX 200', 미래에셋 'TIGER 200' 등에도 자금이 유입됐으나, 이는 특정 업종·테마보다는 전체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지수에 따라가는 방식으로 변동성을 낮추려는 '포괄적 방어' 전략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반대로 기존 강세 테마였던 조선·방산·원전 ETF는 밸류 부담과 지정학 모멘텀 둔화로 상위권에서 밀렸고 그 자리를 안전자산인 '금'을 추종하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KRX금현물'(2215억원)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지난달 국내 시장 변동성을 키운 요인은 복합적이었다. 한 달 내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일부 위원들의 'AI 거품론' 발언이 시장 노이즈를 키웠고, 미국 기술주 조정이 국내 증시에 그대로 전이됐다. 

      이 여파로 코스피는 지난 21일 장중 -4% 급락을 기록했고, 외국인은 11월에만 12조4560억원을 쏟아냈다. 1480원대에 근접한 원·달러 환율 상승까지 겹치며 불안 심리가 커지자 파킹형 ETF 선호도 함께 확대된 것으로 해석된다.

      자산운용업계는 이러한 ETF 투자 '투트랙' 구도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대형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조정기에는 ETF가 공격적인 수익 추구보다는 자산 배치를 조정하는 도구로 쓰이는 경향이 짙다"며 "환율 등 여러 변수가 얽혀 변동성이 극대화된 환경에서는 방어와 선별적 공략이 동시에 나타나는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