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연임 견제 기조가 변수로 부상
라이프운용도 주주서한 통해 회장 선임 절차 문제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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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NK금융지주가 전·현직 CEO들을 중심으로 회장 숏리스트를 확정지었다. 그동안 제기되던 외부 인사 투입론과 정치권 외풍을 상당 부분 차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이런 기조가 외부에서 공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지가 미지수로 떠올랐다. 금융지주 회장 연임 관행을 문제 삼아온 금융감독원의 최근 기조가 마지막 변수라는 지적이다. 라이프자산운용이 주주서한을 통해 회장 선임 절차 중단을 촉구한만큼, 금감원이 움직일 명분이 생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BNK금융은 지난 1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빈대인 현 회장 ▲방성빈 부산은행장 ▲김성주 BNK캐피탈 대표 ▲안감찬 전 부산은행장을 2차 후보군(숏리스트)으로 확정했다. 임추위는 외부 인사를 포함한 1차 후보군을 대상으로 3주간 외부 전문가 면접, 프레젠테이션 심사 등을 거쳐 최종 후보군을 압축했다. 최종 단일 후보는 오는 8일 선정될 예정이다.
이번 숏리스트의 특징은 전·현직 임원 중심이라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정치권의 공세와 외풍을 의식한 임추위가 조직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인물은 빈대인 회장이다. 그룹 실적과 재무 지표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어서다. 올해 3분기 누적 BNK금융 그룹 순이익은 7700억원,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12.59%를 기록하며 견조한 흐름을 이어갔다. 경쟁 후보들의 경력·무게감을 감안하면 큰 이변이 없는 한 연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반면 방성빈 행장·김성주 대표 등 계열사 CEO는 ‘조직 이해도’ 측면에서는 장점이 있으나 그룹 전체를 지휘할 후보로서 무게감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안감찬 전 행장은 외부 출신으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사실상 BNK 내부 경력을 보유한 만큼 외부 인사로서 새로운 변화를 줄 후보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시각이 많다.
숏리스트 선정으로 회장 인선의 끝자락이지만 변수는 남아있다는 평가다.
우선 BNK 회장 인선을 둘러싼 정치권의 압박은 올해 들어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민홍철·김정호·김태선·김상욱·허성무 의원 등은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빈대인 회장과 방성빈 행장이 “도이치모터스·도이치파이낸셜과 관련해 100억 원대 신용대출 제공에 연루됐다”고 비판한 바 있다.
특히 빈 회장이 윤석열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출신이라는 점을 들어 “정치적 코드 인사”라는 문제제기가 제기되며 외부 인사 영입론이 부상했다. 또한 회장 선임 절차가 졸속으로 진행됐다는 주장, 특정 인사를 사외이사회에 포진시켰다는 의혹도 거론됐다.
이제 남은 관전 포인트는 금융감독원의 태도라는 전망이 많다. 최근 이찬진 금감원장은 금융지주 회장 인사 문제에 대해 연이어 견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그는 지난 1일 기자간담회에서 “금융지주 회장 연임 욕구가 과도하게 작동하는 문제”라며 “연임을 위해 이사회를 자기 사람으로 구성하거나 임추위 후보를 들러리로 세우는 관행은 우려스럽다”고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나아가 이 원장은 “특정 회사 경영에 개입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이는 주주가 결정할 사안”이라며 관치 논란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직접 개입 가능성은 낮지만, 인사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엄격히 보겠다는 신호”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런 와중에 라이프자산운용이 주주서한을 보내면서 그 파장에 관심이 쏠린다. 라이프자산운용은 4일 BNK금융지주에 회장 선임 절차 즉시 중단을 요구하는 공개 주주서한을 보내면서,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투명성·전문성을 갖춘 새로운 이사회와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전면 재구성해 회장 선임 절차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할 것을 요청했다.
라이프자산운용은 “BNK금융지주가 진행하고 있는 회장 선임 절차에 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해 절차적 정당성을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원장이 경영자 선임과 관련, '주주가 결정할 사안'이라고 발언한만큼, 주주인 라이프자산운용의 움직임에 금감원이 어떻게 대응할지도 지켜볼 부분으로 꼽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장이 회장 연임에 대한 문제 의식을 분명히 드러낸 상황에서 주주간 갈등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지켜봐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