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진·LTV 규제로 비주택 담보 매각 지연
투자사들 레버리지배율 상한 접근… "NPL 소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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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의 부실채권(NPL) 매각 규모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3년 연속 최대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들은 건전성 관리를 위해 NPL을 꾸준히 시장에 내놓고 있지만, 회수 속도와 매수 여력이 둔화되면서 투자사들의 부담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은행권 NPL 매각 규모는 미상환 원금잔액(OPB) 기준 약 8조원 후반대로, 9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에도 8조3000억원을 매각하며 '역대급' 매각 물량이라는 말이 나왔지만, 규모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이다. 내년 역시 비슷한 수준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문제는 시장이 이를 모두 소화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경기 부진으로 한계차주가 늘어난 데다 당국의 건전성 강화 기조가 이어지며 은행들은 2023년부터 NPL 매각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지만, 매수 여력은 한정적이라는 분석이다.
은행권 NPL을 매입할 수 있는 전업투자사는 연합자산관리(유암코), 키움F&I, 대신F&I, 하나F&I, 우리금융F&I 5곳으로 한정돼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매도자와 매수자 간 가격 차이로 인해 유찰된 NPL이 지속적으로 출회하는 점 역시 매각 물량이 줄어들지 않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에 NPL 투자사들의 총자산 규모는 급격히 확대됐으나 수익성은 줄어들었다.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5개 NPL 투자사의 평균 NPL 자산영업이익률은 2022년 4.9%에서 2024년 1.4%까지 떨어졌다.
업계는 회수 지연을 가장 큰 원인으로 본다. 은행권 NPL 담보의 약 90%가 공장과 상가 등 비주택 자산인데 금리 부담과 대출 규제로 매수 수요가 급격히 줄어든 까닭이다. 담보 매각이 지연되면서 투자사들의 회수 일정도 계속 뒤로 밀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NPL 투자사 관계자는 "은행권 NPL 담보는 대부분 공장과 상가인데, 이 자산들은 리테일 경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라며 "코스피 4000을 만든 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대기업이지 현재 일반 서민 경기는 굉장히 안 좋은 상황이다. 공장과 상가를 사가겠다는 사람이 있어야 NPL 투자사도 회수를 하고 돈을 벌 텐데, 회수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NPL 투자사들의 레버리지 배율도 한도에 다다랐다는 점 역시 한계로 꼽힌다. 통상 NPL 투자사들의 레버리지 배율은 5배 미만이 권장되는데, 5개사 평균 레버리비 배율은 2022년 2.6배에서 올해 9월말 4.5배까지 확대된 상태다. 하나F&I, 대신F&I, 키움F&I, 우리금융F&I는 모두 계열로부터 유상증자 지원을 받으며 몸집을 키웠지만 수익이 뒷받침되지 않으며 레버리지 배율이 상승하고 있다.
여기에 하나F&I와 우리금융F&I는 위험가중자산(RWA) 규제 영향으로 매입 속도를 자제하고 있다. 사실상 유암코가 시장 점유율 50% 안팎을 담당하는 구조인데 유암코 역시 회수 지연이 심화되며 유상증자 필요성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은행이 연간 9조원 수준의 NPL을 내놓는다면 사실상 시장이 소화할 수 있는 건 6조원 정도 수준이라 봐야 한다"라며 "금리가 올라가고, 금융당국에서 LTV를 조이니 회수에 대한 걱정이 커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