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리스크 RWA, 충당부채 인식 시 자동 반영
운영 RWA 산식 조정보다 회계 인식 조정이 현실적
공정위 과징금은 사실상 즉시 반영…"시간적 여유 없다"
-
은행권이 LTV 담합 과징금과 홍콩 H지수 ELS 불완전판매 과징금 등 대규모 제재를 앞두고 RWA(위험가중자산)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 마련에 나섰다. 운영리스크 RWA에 특정 과징금을 넣고 빼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만큼, 핵심은 과징금을 충당부채로 반영하는 시점을 '언제'로 보느냐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ELS 판매은행 5곳에 2조원 규모의 과징금·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의 사전통지를 보낸 데 이어 공정거래위원회의 LTV 담합 과징금 발표까지 예고하면서, 은행들은 대규모 과징금 처분을 받게 될 가능성에 직면했다.
가장 큰 문제점은 과징금 처분에 따라 운영리스크 RWA가 큰 폭으로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정부 추진 과제인 생산적금융 및 주주환원정책, 대출 여력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은행권은 당국 조치에 앞서 외부 용역 등을 통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분위기다. 현재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방식은 회계상 손실 인식 시점을 최대한 뒤로 미루는 방식으로 알려졌다.
이찬진 금감원장 또한 지난 1일 기자간담회에서 ELS·LTV 과징금 부과에 따른 RWA 우려와 관련해 "과징금이 확정될 때까지 RWA에 반영하지 않는 방안 등 생산적 금융 추진에 장애가 되지 않는 방법을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과징금은 충당부채로 설정되는 즉시 당기순이익에 반영되고, 운영리스크 RWA는 이 당기순익을 기초로 산정돼 부담이 자동 확대된다. 운영리스크 산식을 직접 조정하는 방법보다 '회계 인식 조정'에 무게가 실리는 것도 이러한 구조 때문이다.
특정 과징금이 운영리스크 산식에 포함되지 않도록 조정하려면 '사건 완결'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혹은 '해당 사업 부문 폐쇄' 등의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데,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렇다고 기준을 유연하게 해석해 특정 과징금 산입을 배제하기에는 사실상 바젤Ⅲ 국제 규정을 무시해야 하는 셈이라 현실성이 낮다.
반면 회계 인식 시점은 해석의 여지가 존재한다는 평가다. 과징금이 충당부채 형태로 순이익에 반영되지 않으면 운영리스크 산출을 위한 기초 금액에 잡히지 않아 RWA가 늘어나지 않는다. 이 때문에 RWA 완화의 현실적인 접근은 운영리스크 산식 변경이 아니라 애초에 회계상 손실이 확정되지 않도록 만드는 방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설명이다.
은행권과 금융당국은 행정소송을 제기할 경우 최종 확정까지 수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소송 결과를 반영한 최소 추정치만 먼저 인식할 수 있는지 ▲최종 확정 전까지 충당부채 인식을 유예할 수 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검토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만약 과징금 1조 부과를 받더라도, 행정소송 결과 과징금이 절반으로 줄어든다고 가정했을 때 이를 회계적으로 얼마나 신뢰성 있는 값으로 볼 수 있느냐가 쟁점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LS는 금감원 제재심과 금융위원회 의결 등 후속 절차가 남아 있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것과 달리, LTV 과징금은 공정위 의결이 사실상 기관 최종 처분에 해당해 회계 반영까지 시간이 촉박하다는 설명이다.
금융위원회는 RWA 완화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연내 RWA 완화 대책을 추가로 발표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위기다. 금융위 관계자는 "생산적 금융 지원을 위해 은행권 자본 규제 완화가 필요한 부분을 계속 검토 중에 있다"라며 "연내 발표될 가능성은 낮지만, 추가 발표까지 오래 걸리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