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특혜' 논란이었던 보험사 '장기보유주식'…아무도 설정 안 한 이유
입력 2025.12.09 07:00
    K-ICS 도입으로 주식 보유 위험액 급증
    '삼전' 주식 많은 삼성생명·화재도 신청 안 해
    10년 보유 등 까다로운 인정 요건이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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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 이상 주식을 보유할 경우 지급여력(K-ICS)비율 등에 혜택을 주는 '장기보유주식' 제도를 활용한 보험사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입 당시 '삼성 특혜'라는 지적까지 나왔던 제도지만, 정작 삼성생명·화재조차 신청하지 않았다.

      까다로운 인정 요건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장기보유주식으로 분류하면 최소 5년간은 매도할 수 없고, 이후에도 제한적으로만 가능하다.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할 만큼 건전성이 나쁜 상황도 아니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4일 보험업계와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IFRS17 도입 이후 장기보유주식집합을 설정한 보험사는 한 곳도 없다.

      장기보유주식은 새 지급여력(K-ICS·킥스)제도 도입에 맞춰 마련된 장치다. 국내 상장 주식 등을 10년 이상 보유할 경우 기존 35%보다 15%포인트(p) 낮은 20%의 충격시나리오를 적용한다.

      킥스 도입으로 주식 보유에 따른 위험액이 증가하면서 건전성 비율이 급락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마련됐다. 과거 지급여력제도인 RBC에선 주식위험액에 적용하는 위험계수가 8~16%였지만, 킥스에선 국내 상장 주식 기준 35%의 충격시나리오가 적용된다.

      당시 업계에선 삼성생명·화재가 수혜를 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이들은 삼성전자의 주식을 대량 보유하고 있고, 당장 매각 계획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다른 보험사들은 자산 대부분을 채권 등에 투자하고 있어 해당 제도에 따른 효과가 미미하다.

      생명보험협회와 각 사에 따르면 9월말 기준 삼성생명의 운용자산 중 주식 비중은 20%에 달한다. 삼성화재도 운용자산 중 주식이 16%를 차지한다. 반면 다른 보험사는 ▲한화생명 3% ▲교보생명 2% ▲DB손보 0.7% 등으로 비중이 작다.

      이 때문에 '삼성 특혜'라는 지적까지 나왔지만, 결국 이 제도를 이용하는 보험사는 없었다. 까다로운 인정 요건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장기보유주식은 '장기보유주식집합'에 편입된 주식을 의미하는데, 해당 집합은 회사별 1개만 운영할 수 있다.

      원칙적으론 매도하지 않고, 최소 10년 이상 보유할 계획을 문서화해야 한다. 최초 5년간은 매도할 수 없고, 이후엔 평균 보유기간 5년 이상을 유지하는 조건 하에 매도할 수 있다. 평균 보유기간이 5년 밑으로 떨어져 장기보유주식집합이 해체된 경우 추후 재설정이 금지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개념만 놓고 보면 삼성 보험사들에 딱 맞는 제도"라면서 "인정 요건이 까다롭기도 하고, 업계에서 두 곳만 신청하면 이목이 집중될 텐데 굳이 논란을 만들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킥스 비율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어 장기보유주식집합을 설정할 이유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3분기 말 킥스비율은 삼성생명 193%, 삼성화재 275.9%로 규제 수준(130%)을 크게 웃돈다.

      한편 금융당국은 장기보유주식 인정 요건을 완화할 계획이다. 보유 기간을 5년으로 줄이고, 국내 비상장 주식 등도 집합에 담을 수 있도록 하는 방향을 고민 중이다. 보험사가 실물 투자를 통해 생산적 금융에 기여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한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