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K금융 회장 후보 보이콧' 라이프운용, 내년 3월 주총까지 공방 예고
입력 2025.12.09 07:09
    BNK금융, 빈대인 현 회장 차기 회장 후보로 선정
    라이프운용 “절차 투명성·지배구조 개선” 요구
    BNK이사회와 주주 간 힘겨루기 본격화
    빈대인 회장 '셀프 연임'논란에 금감원 개입 변수로 부상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라이프자산운용(라이프운용)이 BNK금융지주의 차기 회장 선임 절차에 강하게 반발하며 BNK회장 후보 추천을 '보이콧'하려는 주주행동주의 공세를 본격화하고 있다. BNK금융 이사회가 회장 후보를 추천하더라도 최종 승인 권한은 주주총회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빈대인 BNK금융 회장이 차기 회장 후보로 선정된 가운데 내년 정기주주총회에서 표 대결 양상이 펼쳐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주주들이 행동에 나서면, 현재 관망 중인 금융당국 역시 회장 선임 절차의 공정성에 대해 들여다볼 여지가 생긴다는 평가도 나온다.

      BNK금융은 지난 1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빈대인 현 회장 ▲방성빈 부산은행장 ▲김성주 BNK캐피탈 대표 ▲안감찬 전 부산은행장을 2차 후보군(숏리스트)으로 확정했다. 이어 8일 최종 후보로 빈대인 현 회장을 선정했다. 

      BNK금융 지분 3%를 보유한 라이프자산운용은 이런 움직임에 반발해 지난 4일 공개 주주서한을 발송했다. 회장 선임 절차를 즉각 중단하라는 요구가 담겼다. 라이프운용은 내년 3월 주총에서 이사회·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 전면 재구성 후 절차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라이프운용의 문제 제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라이프운용은 이미 지난 10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BNK금융에 비공개 주주서한을 보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에도 라이프운용은 회장 선임 절차를 투명하게 밝히라고 요구한 것으로 파악된다. 

      라이프운용이 회장 숏리스트 공개 후 3일만에 공개 주주서한을 낸 것은 BNK의 임추위가 기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분석된다. '절차적 투명성 부족'이 반발의 핵심 배경인 것이다.

      라이프운용 관계자는 “주주 대상 설명 과정이 없었고, 의견 개진 기회도 제공되지 않은 채 숏리스트 발표와 후보 추천 일정이 기습적으로 진행됐다”며 “신한금융은 회장 선임 과정에서 주주설명회를 진행한 반면, BNK금융은 이 같은 사례를 따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BNK금융의 회장 선임 절차는 초기 단계부터 의혹이 적지 않았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두고 선임 절차를 시작해, 외부 후보자 추천 기한이 실질적으로는 6영업일에 불과했다. 사전 예고 없이 임추위 일정을 한달 반 이상 앞당긴데다, 11월 초 확정한 1차 후보군(롱리스트)을 비공개하는 등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빈대인 회장은 2022년 3월 제20대 대통령선거 당시 윤석열 후보 캠프의 금융인 그룹에서 활동했고, 같은 해 6월엔 지방선거 국민의힘 부산 남구청장 예비후보로 등록했던바 있다. 이 때문에 금융권 일각에서는 BNK금융의 회장 선임 속도전이 금융당국의 개입 전 후보를 확정하려는 의도가 아니겠느냐는 해석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번 회장 선임 절차에 문제를 제기한 라이프운용은 내년 3월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불사하겠다는 전략이다.

      라이프운용 관계자는 “이사회가 추천한 인물은 어디까지나 ‘후보’일 뿐이며, 최종 결정은 주주총회에서 이뤄진다”며 “우리의 지분과 함께 선임 절차에 반대하는 주주들의 표를 결집해 문제를 제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라이프운용은 BNK금융의 구조적 저평가도 문제 삼고 있다. 이달 1일 종가 기준 BNK금융의 연초 대비 주가상승률은 46%로, 7대 금융지주 중 가장 낮다. 또한 코스피 대비 16%포인트, 금융지주 평균 대비 14%포인트 시장평균 하회(언더퍼폼)했다.

      지방금융지주와의 비교에서도 부진이 뚜렷하다. 같은 기간 PBR 0.45배로, JB금융지주(0.8배)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라이프운용은 이를 근거로 “임추위가 기존 경영진 중심으로 숏리스트를 구성해 지배구조 개선 의지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임추위 산하 자문단 설치 요구 무산 ▲최종 후보자 공개 PT 거부 ▲IR 레터의 투명성 제고 방안 부재 등을 이유로 “지배구조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BNK금융은 주주 반발에도 불구하고 예정된 절차대로 회장 후보 선임을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BNK금융 임추위는 “해당 주주의 제언에 공감한다”면서도 “BNK의 경영승계 절차는 타 금융지주와 동일하게 모범관행에 따라 사전에 마련된 절차·기준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사회가 강행 기조를 유지함에 따라 주총까지 긴장이 이어지는 장기전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BNK금융 측에서도 향후 설명회 개최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지만, 회장 후보 확정 후라 주주들의 의구심을 해소할 수준의 조치가 될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다. 

      금감원이 최근 금융지주 회장 선임 과정 전반에 문제를 제기해온 점도 변수로 꼽힌다. 금감원장이 '금융지주 회장 선임 관행 전반을 점검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에서, BNK금융 내부서 이사회와 주주 사이의 갈등이 본격화되면 금감원이 절차 적정성을 들여다볼 명분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미 다른 금융지주에서도 회장 선임 절차가 외부의 감시 대상이 되고 있는 만큼, BNK금융의 상황은 지방금융지주 지배구조 투명성을 시험하는 첫 사례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BNK금융이 회장 선임 절차 투명성 문제가 불거질 경우, 추후 주주총회 등을 통해서 회장 선임 절차를 다시 진행할 수도 있다"라며 "회장 후보 선임이 회장 선임 확정과 동일 선상에 받아들여지는 관행에 대해서도 경종을 울릴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