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AI 중심 포트폴리오 전환…에쿼티 스토리 완성도는 숙제
모회사 지분 64.69%…중복상장 심사 부담도 상장 변수로 부상
-
SK에코플랜트가 내년 상장을 목표로 예비심사 청구를 앞두고 있다. 재무적 투자자(FI)와 상장 시한 연장을 논의 중이지만 합의가 쉽지 않아, 조율에 실패할 경우 내년 7월까지 상장을 마쳐야 한다. 사업 전환이 아직 완전히 자리 잡지 않은 데다 중복상장 논란도 남아 있어 이번 상장 작업의 핵심 변수로 지목된다.
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 주관사단은 빠른 시일 내 예비심사 청구가 가능할 수준으로 준비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내년 7월 상장을 고려하면 1월까지는 청구가 이뤄져야 해서다.
SK에코플랜트는 2022년 NH투자증권, 크레디트스위스(CS),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을 대표주관사로 선정했지만, CS 부도 사태 이후 대표주관사를 BofA로 교체하며 상장 준비 체계를 재정비했다. 최근에는 외국계 주관사를 포함한 전체 주관사단이 정기적으로 모여 상장 전략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SK에코플랜트는 2022년 RCPS·CPS 총 1조원을 발행하며 CPS 투자자에게 4년 내 상장을 약속했다. 기한 내 상장이 이뤄지지 않으면 SK그룹이 FI 지분을 인수하거나, 첫해 5%에서 매년 3%포인트씩 상승하는 높은 배당률을 부담해야 한다. FI와 상장 시한 연장이 논의됐지만, 펀드 만기 등이 얽히며 합의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주관사단은 우선 7월 상장 가능성을 열어둔 채 서류 준비를 끝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상장전략(에쿼티 스토리)이 아직 충분히 정립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 5년간 사업 모델을 세 차례 바꾸며 기업 정체성이 계속 바뀌었다. 2021년에는 SK건설에서 친환경 중심 기업으로 전환하며 약 2조원을 들여 수처리·폐기물·매립지 사업을 인수했다. 그러나 단가 하락과 경쟁 심화로 환경사업의 성장세가 둔화했고, 연간 3000억원대 금융비용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후 회사는 친환경 계열사 리뉴어스·리뉴원 매각을 추진하고, 해상풍력·특수선 계열사 SK오션플랜트 매각도 병행하면서 비핵심 사업 정리에 나섰지만, 사업구조 개편이 완전히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건설·환경·반도체 소재가 뒤섞인 과도기적 포트폴리오가 상장 시 기업가치 평가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기업평가도 "편입 자회사의 이익 창출 규모를 고려하면 단기적인 재무개선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부터는 본격적으로 반도체·AI 인프라 중심 사업으로 전환하고 있다. 지난 2일에는 SK하이닉스의 대규모 투자 확대 흐름에 맞춰 SK트리켐·SK레조낙·SK머티리얼즈제이엔씨·SK머티리얼즈퍼포먼스를 연내 자회사로 편입 완료했다.
여기에 SK에어플러스(산업용 가스), 에센코어(반도체 모듈) 등 기존 계열사까지 더하면, SK에코플랜트는 그룹 내 반도체 종합서비스 밸류체인을 갖추는 형태가 된다는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했던 건설·플랜트 비중도 29.05%로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SK에코플랜트는 AI 인프라 기업으로서의 확장성도 강조하고 있다. 회사는 선조립 철골+콘크리트(PSRC) 공법을 통해 공기를 단축하고, AI 데이터센터의 핵심인 발열 관리·전력 효율 분야에서 고도화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제 막 사업을 전환한 SK에코플랜트가 데이터센터나 반도체 등으로 에쿼티 스토리를 확립하기엔 아직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반도체 공장을 건설한다고 해서 투자자들이 반도체 관련 기업으로 볼지는 회사가 최선을 다해 설득해야 하는 부분"이라며 "사실 건설, 환경, 반도체 등 '포장지'만 바꾸고 있다는 평가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상장 과정에서 또 하나의 장애물은 중복상장 논란이다. SK에코플랜트는 3분기 기준 SK㈜가 64.69%를 보유하고 있다. 모회사와의 사업적 독립성은 인정되지만, 상장 시 모회사 주주 보호 방안 제출이 필수라는 분석이다.
발행사와 주관사단 역시 중복상장 관련 리스크를 논의하고 있다. 최근 SK엔무브·한화에너지 등이 중복상장 심사 허들을 넘지 못했고, 거래소 심사를 받고 있는 LS에식스솔루션즈 역시 중복상장 논란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국내외 경제 및 증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장 예심 청구 시기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