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턴, 신임 대표에 박형석 내정 배경은…해외 LP 자금으로 돌파구 찾기?
입력 2025.12.09 15:10
    국내 기관 조달 막힌 마스턴, 새 성장 동력 모색
    해외 LP 네트워크 강점 지닌 박 내정자 통해 글로벌 자금 유치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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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마스턴투자운용이 박형석 전 코람코자산운용 대표를 신임 사장으로 선임한 결정이 어떤 전략적 의미를 갖는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최근 자금 모집이 어려워진 마스턴이 해외 LP(출자자) 자금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는 포석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마스턴은 지난달 28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박 전 대표를 신임 경영총괄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박 내정자는 오는 15일 열리는 임시주주총회와 이사회 의결을 거쳐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박 내정자는 고려대 건축공학과 학·석사와 미국 코넬대 부동산학 석사 학위를 보유하고 있으며, 부동산 투자·운용 전반을 두루 경험한 전문가다. 삼성물산, CBRE코리아 자산관리부문, 오라이언파트너스코리아 부동산투자부문 대표 등을 거치며 다양한 실무 경험을 쌓았다.

      지난 2024년 1월 경영총괄로 선임된 남궁훈 대표는 올해 안에 조기 퇴진할 예정이다. 남궁 대표가 이끈 지난 2년은 마스턴이 여러 도전에 직면했던 시기로, 내부에서는 리더십을 발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회사의 어려움이 이어진 만큼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는 남아 있다는 평가도 있다. 

      이에 따라 박 내정자가 마스턴의 위기 국면을 어떻게 돌파할지가 시장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으면서 국내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자금 모집이 사실상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대주주 사익추구 이슈가 불거지면서 고객 자금을 운용하는 위탁사로서 신뢰성 훼손 문제에 직면했다는 지적이다. 

      마스턴은 지난달 27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기관경고와 함께 111억96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대주주인 김대형 마스턴 고문이 대표이사·이사회 의장·투자심의위원회 위원장을 겸임하며 미공개 직무정보를 활용하거나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회사와 펀드의 이익을 침해하고 사익을 추구한 사실이 적발된 데 따른 조치다. 

      금감원은 해당 내용을 검찰에 통보했다. 이후 마스턴은 사실상 영업 활동이 크게 제약된 상태였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마스턴은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진행된 주요 ‘뷰티 콘테스트’에 참여하지 못했다. 국민연금의 코어 플랫폼 펀드·대출 펀드·밸류애드 펀드, 우정사업본부의 코어 펀드 등이 대표적이다. 뷰티 콘테스트란 출자기관이 블라인드펀드 위탁운용사 선정 시 기준을 제시하면 운용사가 이에 맞춰 제안서를 제출하고 서류·면접 심사를 거쳐 최종 위탁사가 결정되는 절차를 말한다.

      기관경고의 영향은 기관별로 판단이 다를 수 있으나, 국내 기관의 보수적 성향이 짙은 만큼, 징계 여부가 정성적·정량적 평가 요소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한 주요 공제회 관계자는 “감독당국의 징계는 운용사 선정 과정에서 ESG 등 투자 평가 항목에 포함된다”며 “타 기관의 경우 정량 평가 항목이 아니더라도 정성 평가에서 고려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스턴은 그동안 대규모 개발 사업과 오피스·물류센터 투자를 중심으로 성장해왔으나, 이번 사안 이후 기존 LP 기반이 흔들리면서 운용 자금의 지속성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박 내정자를 통해 해외 자금 유치를 본격적으로 모색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해외 기관투자자의 경우 국내 신생 운용사라도 딜 소싱 능력과 투자 전략이 확실하면 자금을 맡기는 경향이 있어, 국내 기관투자자보다 위탁운용사 선정 기준이 상대적으로 유연하다는 점도 이러한 분석에 무게를 싣는다.

      박 내정자가 해외 기관과의 네트워크가 탄탄하다는 점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그는 2013년 코람코자산운용에 합류한 이후 2017년부터 약 8년간 대표를 맡아 기관투자자 기반 강화에 주력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해외 투자자의 국내 부동산 투자 확대를 지원하기 위해 대표이사 직속 ‘캐피털마켓실’을 신설하며 글로벌 투자자와의 전략적 소통 채널을 강화했다.

      박 내정자의 대표적인 해외 자금 유치 사례로는 지난해 코람코가 글로벌 대체투자 운용사 스타우드캐피털그룹(Starwood Capital Group)으로부터 약 4000억원의 자금을 위탁받은 건이 꼽힌다. 이는 SMA(개별관리계정) 방식으로 설정된 블라인드펀드로, 당시 박 내정자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는 평가다.

      한 부동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박 내정자가 기관투자자 네트워크가 탄탄한 만큼, 마스턴이 이를 활용해 자금 유치 전략을 강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며 “해외 기관투자자들이 지속적으로 자금을 맡기는 곳을 보면 그래비티자산운용, 퍼시픽자산운용 등 비교적 설립 역사가 오래되지 않은 운용사들도 포함된다. 마스턴 입장에서 국내 기관 조달이 어렵다고 판단한다면 해외 자금에 더 집중하는 전략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