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성장 여지 및 일본시장 확대가 핵심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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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갤러리아가 매물로 내놓은 미국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 영업권을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H&Q에쿼티파트너스(이하 H&Q)가 인수할 전망이다. 엑시트(투자 회수)를 고려해야 하는 사모펀드 입장에서는 파이브가이즈가 아직 성장 궤도에 있다는 점과 일본 영업 판권을 확보한 점이 주요 투자 매력으로 꼽힌다.
18일 투자금융(IB) 업계에 따르면 전날 한화갤러리아는 H&Q에쿼티파트너스와 파이브가이즈 운영사 에프지코리아 지분 매각과 관련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H&Q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실사 이후 최종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다는 방침이다. 매각가는 600억원대로 관측된다.
지난 7월 파이브가이즈 지분 매각을 위한 투자안내문(티저레터)을 배포한 지 5개월 만에 원매자 선정이 이뤄졌다. 한화 측은 파이브가이즈 국내 도입 과정에서 초기에 약 200억원 규모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운영 과정에서도 모회사 및 계열회사가 자금을 수혈하기도 했다.
매물 출회 후 다수의 원매자들이 해당 거래를 검토했으나, 재무적투자자(FI) 등 일부 투자자들은 파이브가이즈의 본체가 아닌 ‘운영권’ 인수 구조를 불확실성 요인으로 꼽았다. 파이브가이즈는 미국 본사가 브랜드를 보유하고, 국내 운영사가 영업권을 확보해 사업을 전개하는 구조다.
진행된 비딩에서 H&Q가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H&Q는 검토 과정에서 파이브가이즈의 국내 사업이 성장 국면에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파이브가이즈가 2023년 국내에 진출한 점을 감안하면 아직 성장 단계에 있으며, 인수 이후에도 추가적인 성장 여지가 남아 있다는 판단이다.
일본 영업권 확보 역시 주요 투자 포인트로 꼽힌다. 파이브가이즈 국내 운영사인 에프지코리아는 올해 1월 일본 법인 ‘FG재팬GK’를 설립한 뒤, 에프지코리아를 대상으로 유상증자를 실시하며 일본 진출 준비를 이어왔다. 일본에는 아직 파이브가이즈가 진출하지 않은 만큼, 한국을 방문한 일본 관광객들의 파이브가이즈 이용 사례가 적지 않은 점도 성장 잠재력을 뒷받침하는 요소로 평가된다.
최근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가 일본에서 버거킹재팬 지분을 골드만삭스에 매각하며 성공적인 투자 성과를 거둔 점이 참고 사례로 거론된다. 어피너티는 2016년 버거킹재팬을 인수한 이후 ‘버거킹의 불모지’로 불리던 일본 시장에 진출했으며, 지난달 785억엔(약 7500억원)에 지분을 매각하며 약 7년 만에 5배 이상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버거킹재팬은 투자 기간 동안 매출이 약 290배 성장했고, 매장 수는 310곳 이상으로 확대되는 성과를 냈다.
이처럼 H&Q가 파이브가이즈 인수에 나선 것은 복합적인 배경에 따른 전략적 판단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로서는 파이브가이즈 투자가 사업 시너지를 염두에 둔 전략적 결정이었던 만큼, 매각 차익을 전제로 한 거래라기보다는 사업 정리 차원의 판단으로 해석된다.
반면 사모펀드인 H&Q는 향후 수익성과 엑시트 가능성을 고려해 이번 거래를 추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한화 측과 H&Q 모두에게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거래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프랜차이즈 사업은 리스크 요인도 존재하지만, 매월 비교적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 매력이 있다는 평가다.
특히 프리미엄 외식(F&B) 브랜드의 경우 매장 수가 급격히 많지 않더라도 해외 진출 가능성이 열려 있다면 중장기적인 성장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또 다른 1세대 토종 PEF 운용사로 꼽히는 JKL파트너스도 올해 베이글 전문 브랜드 ‘런던베이글’을 인수했다.
H&Q는 2020년 5300억원 규모의 4호 펀드를 결성한 이후 약 5년 만에 신규 블라인드펀드 조성에 나선 상태다. 지난 4월에는 6000억~7000억원 규모의 5호 블라인드펀드 결성에 착수했으며, 교직원공제회·우정사업본부·군인공제회·과학기술인공제회 등이 출자자로 선정되면서 현재까지 약 3500억원가량의 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부사장이 최근 자본시장 내 활동 폭을 넓혀가면서, 접점을 넓히려는 PEF들도 적지 않은 분위기다.
김 부사장은 외식·식음(F&B)과 소비재를 중심으로 활발히 딜을 이어가고 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아워홈을 인수했으며, 아워홈의 100% 자회사 고메드갤러리아는 이달 초 신세계푸드 급식사업부 인수를 마무리했다. 아워홈 인수 등 비교적 높은 가격을 제시해 온 한화그룹은 M&A 시장에서 이른바 ‘몸값을 올리는’ 원매자로 거론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평가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중앙그룹으로부터 휘닉스파크 인수도 추진 중이다. 휘닉스파크는 평창 휘닉스파크와 제주 휘닉스 아일랜드 등을 운영하는 법인으로, 김 부사장이 이전부터 관심을 가져온 자산으로 알려졌다. 한화리조트가 이미 평창 지역에 리조트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포트폴리오 확장 차원에서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올해 8월 서울 북한산의 5성급 호텔·리조트 ‘파라스파라 서울’을 인수한 바 있다.
한 자문업계 관계자는 “한화그룹이 자본시장 내에서 가장 활발한 대기업 중 하나로 꼽히는 가운데, 3남인 김동선 부사장이 최근 적극적인 투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어 그룹 안팎에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