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옥동 2기 신한금융, 손보 어쩌나…체질개선에도 흑자전환은 요원
입력 2025.12.22 07:00
    신한EZ손보, 3분기 누적 적자 272억원
    2022년 인수 후 적자 행진…그룹에 부담
    대면 영업에도 영향 미미…적자 지속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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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한금융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히는 신한EZ손해보험의 적자 폭이 커지고 있다. 디지털보험사의 정체성을 부분 포기하고 대면 영업과 장기 보험 판매를 시작했음에도 흑자 전환과는 멀어졌다. 

      강병관 대표가 재연임할 예정인 가운데 두 번째 임기를 앞둔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의 '비은행 강화' 전략에 관심이 쏠린다. 지주 차원의 인수합병(M&A) 의지는 낮은 가운데, 오가닉 성장(내부 성장) 전략을 어떻게 끌어내느냐가 관건으로 꼽힌다.

      신한EZ손해보험의 올해 3분기 누적 적자는 272억원이다. 2022년 신한금융에 편입된 뒤 연간 실적은 2023년 78억원 손실, 2024년 174억원 손실을 기록하는 등 매년 적자 폭이 커지고 있다.

      3분기 보험 영업에서 적자가 지속되는 가운데 투자 부문도 적자로 돌아섰다. 3분기 보험손익은 마이너스(-) 208억원, 투자손익은 -64억원이다. 투자 부문에선 작년 완성한 IT 시스템이 올해부터 상각되면서 손실이 발생했다.

      지급여력비율은 3분기말 기준 281.4%다. 지난 상반기 신한금융이 1000억원을 유상증자하며 건전성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신한금융은 지난 2022년 BNP파리바카디프손해보험을 인수한뒤 신한EZ손해보험으로 사명을 바꿨다. 종합손해보험회사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지만, 디지털보험사를 표방했다. 대형 손보사들과 정면으로 경쟁하기보다 미니보험 등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취지였다.

      '오가닉 성장'을 위해 디지털보험사의 정체성이 일부 희석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작년 7월 실손보험을 출시한 데 이어 운전자보험, 건강보험 등의 장기보험을 선보이면서 대면 영업을 확대한 탓이다.

      장기보험은 미니보험에 비해 실적 확보에 유리하다. 다만 대형사가 주도하는 보험시장에서 판로를 뚫기가 쉽지 않고, 설계사 수수료 등 초기 영업 비용 부담이 크다는 분석이다. 특히 신한EZ손보는 시장 영향력 확대를 위해 실손보험을 교두보로 삼았는데, 손해율이 높아 적자를 보는 상품이다.

      체질 개선에 따른 변화는 아직까지 크지 않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올 3분기 신한EZ손보의 장기손해보험 보험료는 17억6100만원으로 전년 동기(7억9600만원)보다 약 10억원 증가했다. 전체 보험료 중 장기보험의 비중은 2.8%로 미미한 수준이다.

      업계에선 내년에도 흑자 전환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디지털보험사라는 큰 틀을 유지하는 이상 장기 상품 판매 등 실적 확보를 위한 영업에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어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디지털 플랫폼 출시 등 투자를 지속하는 건 좋지만, 결국 회사를 먹여 살리는 건 대면 영업을 통한 장기 상품 판매"라며 "양쪽을 병행하려니 흑자 전환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적 부진에도 강병관 신한EZ손보 대표는 재선임됐다. 강 대표는 신한EZ손보 출범 때부터 회사를 이끌어왔다. 2022년 7월 취임 후 작년 말 연임에 성공해 올해 12월31일까지 임기를 부여 받았다. 이번 재연임으로 1년 더 대표직을 맡게 될 예정이다.

      진옥동 회장은 이달 초 회장후보추천위원회 면접을 통해 디지털 전략 및 비은행 부문 성장을 강조하고 나섰다. 신한금융의 비은행 부문 기여도는 진 회장 취임 후 쭉 내림세다. 2022년 38.9%에서 2023년 35%, 2024년 24.1%로 크게 낮아졌다. 올해 3분기엔 29.7%로 소폭 회복했지만, KB금융(37%)에 비하면 여전히 뒤처진다.

      3분기 기준 KB금융의 순이익은 5조1217억원으로 신한금융(4조4609억원)보다 6608억원 많다. 은행의 경우 신한은행 3조3561억원, KB국민은행 3조3645억원으로 비슷하지만 비은행에서 크게 차이가 벌어졌다.

      KB손해보험의 순이익은 7669억원으로 그룹에 톡톡히 기여하고 있다. KB라이프(2548억원)와 KB국민카드(2806억원) 등도 꾸준한 실적을 보인다. 신한금융은 신한라이프(5145억원)가 비은행 부문을 이끌고 있지만, 적자인 신한EZ손보를 비롯해 최근 실적이 악화한 신한카드(3804억원) 등 다른 계열사의 뒷받침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손보 등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인수합병(M&A)이지만,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시장에 나와있는 손보사 매물은 롯데손해보험과 예별손해보험 등인데 건전성 등의 우려로 인수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신한금융 주주와 이사회 등도 M&A에 회의적인 상황이다.

      신한EZ손보는 올해 출시한 다이렉트 보험 플랫폼 '신한 SOL EZ손보'를 기반으로 고객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카카오페이, 티맵모빌리티 등 ICT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디지털 분야 영향력도 확대한다는 목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신한금융이 롯데손보 인수 후보로 물망에 오르는 건 사실이지만, 인수 후 통합(PMI) 및 추가 자본 투여 필요성 등을 감안하면 주주환원을 일정부분 포기해야 할 것"이라며 "신한손보 역시 먼저 자생력을 보여줘야 지주의 증자 등 지원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