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다이·현대로보틱스 주관사 경쟁, 연말에도 PT 준비
대형 딜 동시 진행에 증권사 인력 부담 가중
-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대형 IPO들이 잇따라 내년으로 이월되고, 구다이글로벌과 HD현대로보틱스의 주관사 선정 작업까지 겹치면서 증권사 IPO 부서가 연말에도 숨 돌릴 틈 없는 분위기다. 내년 초 상장을 목표로 한 대형 딜들이 한꺼번에 몰리며 연말 특유의 비수기 공식이 무너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케이뱅크와 LS에식스솔루션즈는 내년 '코스피 상장 1호' 후보로 거론된다. 케이뱅크(NH투자증권·삼성증권 주관)와 LS에식스솔루션즈(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 주관)는 지난달 예비심사를 청구해 현재 거래소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내년 초 심사 승인 직후 곧바로 공모 절차에 돌입해야 하는 일정이다.
케이뱅크는 앞서 두 차례 예비심사를 통과한 뒤 공모에 나섰으나 수요예측 흥행에 실패하며 상장을 철회한 바 있다. 이번 상장은 사실상 마지막 도전으로, 증시 입성에 대한 부담이 상당한 상황이다. 케이뱅크는 FI들과 체결한 Q-IPO 조항에 따라 내년 7월까지 상장을 마쳐야 한다. 이를 넘길 경우 FI들은 내년 10월까지 동반매각청구권(드래그얼롱)이나 풋옵션을 행사해 투자금 회수에 나설 수 있다.
LS에식스솔루션즈 역시 증시 입성을 위한 막바지 단계에 들어섰다. 모회사 LS와의 관계를 둘러싼 중복상장 논란이 불거진 만큼, 거래소가 당국과 여론의 시선을 의식해 심사를 보다 신중하게 진행하고 있는 분위기로, 협의 과정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내년 최대 IPO 대어로 꼽히는 구다이글로벌과 HD현대로보틱스도 연말부터 본격적인 준비 국면에 들어갔다. 구다이글로벌은 예상 시가총액 10조원 안팎, HD현대로보틱스는 8조원대 몸값이 거론되며 무신사와 함께 내년 공모시장의 '최대어'로 손꼽힌다.
두 회사 모두 최근 RFP를 배포한 이후 증권사마다 제안서 작성과 프레젠테이션(PT) 준비를 위해 관련 인력이 대거 차출된 것으로 전해진다. HD현대로보틱스는 이달 16일 제안서 접수를 마쳤고, 내달 중 주관사 선정을 위한 경쟁 PT가 진행될 예정이다. 연말에도 사실상 휴가를 내기 어려운 구조라는 전언이다.
구다이글로벌은 내달 14일 제안서 제출을 마감하고, 1월 말 PT가 예정돼 있다. 연초 주관사 선정과 동시에 상장 준비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관련 부서의 연말 업무 강도도 상당하다는 평가다. 무신사(한국투자증권·KB증권 공동주관) 역시 내년 증시 입성을 목표로 상장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형 딜들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IPO 부서 내부에서는 연말 휴가를 반납하고 일정 대응에 나서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전언이다.
특히 올해 IPO 실적이 부진했던 한국투자증권과, 내년 IPO 트랙레코드 강화를 목표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KB증권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내년 초 공모 일정이 한꺼번에 몰리며 증권사 간 인력과 자원 배분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보통 연말에는 비교적 숨을 고르는 시기인데, 올해는 구다이글로벌과 HD현대로보틱스 주관사 선정 준비와 케이뱅크, LS에식스솔루션즈 등 심사 대기 딜이 겹치며 사실상 휴가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