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 '1조·2년·성과보수 40%'…자금 회전·확장에 무게
미래 '950억·3년·성과보수 30%'…속도 조절·운용 재량 확보
관전 포인트는 '수익률 이후'…자기신용 운용 지속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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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 수익률은 같은 연 4%를 제시했지만,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의 종합투자계좌(IMA) 운용 방향성은 완전히 달랐다. 한투가 단기간에 대규모 자금을 회전시키는 공격적 운용 방향을 제시한 반면, 미래는 감내 가능한 한도 내에서 단계적으로 검증을 거치는 구조로 상품을 설계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차이는 증권사가 '자기 신용'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한 대조적 시각을 극명하게 보여준다는 평가다. 한투는 리스크 관리와 총량 통제가 적절히 이뤄지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고, 미래는 한정된 범위 안에서 수익성 등 상품의 경쟁력을 보여주지 않으면 '외면'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투, 자기신용을 '확장 자산'으로 본 설계
한국투자증권의 IMA S1은 자기신용 활용을 전면에 내세운 구조로 평가된다. 1호 상품부터 모집 규모를 1조원 내외로 설정했고, 만기는 2년으로 비교적 짧게 잡았다. 단기간에 자금을 회전시키며 상품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전략적 의도가 읽힌다.
수익 구조 역시 공격적이다. 기준 수익률 연 4%를 초과하는 성과에 대해 회사가 가져가는 성과보수는 40%로 설정됐다. IMA를 단순한 고객 관리 상품이 아니라, 증권사 수익 모델의 한 축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판매 보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점 역시 대규모 자금 유입을 전제로 한 설계라는 평가가 나온다.
운용 자산도 기업대출, 인수금융, 메자닌 등 기업금융 중심으로 구성됐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한투가 IMA를 발행어음의 확장판이자 기업금융 자금 조달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자기신용을 관리해야 할 부담이라기보다, IB 경쟁력을 키우는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래, 자기신용을 '관리 대상'으로 본 접근
미래에셋증권의 IMA 1호 상품은 출발부터 결이 다르다. 모집 규모를 950억원으로 제한해 한투 대비 체급을 크게 낮췄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자기신용 기반 상품인 만큼, 속도보다 검증을 택한 선택'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만기는 3년으로 설정됐다. 원금 지급 의무에 따른 유동성·만기 리스크를 회사가 더 오래 부담하는 구조지만, 대신 성과보수는 기준 수익률 초과분의 30%로 낮췄다. 판매 보수 역시 최소 수준으로 책정해 수익성보다 안정성을 우선한 설계라는 해석이 힘을 얻는다.
다만 미래에셋은 운용 범위를 좁히기보다는 선택지를 넓히는 방식을 택했다. 해외·외화 자산과 대체투자까지 폭넓게 투자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두면서도, 자기신용 노출 속도 자체는 제한하는 전략이다. 운용 재량은 확보하되, 자기신용은 통제 대상이라는 인식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수익률 이후'를 가르는 변수들
이 같은 차이는 IMA 경쟁이 단순한 수익률 비교에서 끝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 4%라는 동일한 목표 수익률은 각 상품의 출발선에 가깝고, 그 이후에는 설계와 운용 방식에 따라 서로 다른 변수들이 작동하게 된다. 특히 IMA가 증권사 자기신용을 전제로 한 상품이라는 점에서, 수익률 이후의 구조가 향후 성과와 안정성을 가르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대규모 자기신용을 비교적 짧은 만기로 운용하는 구조를 택한 만큼, 향후에는 자금 회전 과정에서 리스크 관리와 총량 통제가 어떻게 작동할지가 주요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IMA가 발행어음과 결합해 증권사의 자기신용 활용 폭을 넓히는 구조라는 점을 감안하면, 내부 한도 관리와 자본 여력에 대한 시장의 점검 역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밖에 없다.
미래에셋증권 역시 다른 과제를 안고 있다. 보수적인 출발을 택한 만큼, 제한된 규모 안에서 IMA의 실질적인 경쟁력과 수익성을 어떻게 입증할지가 향후 평가의 기준이 될 전망이다. 자기신용 노출을 통제하는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운용 성과를 통해 상품의 존재감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가 동시에 주어져 있다.
결국 IMA 1호 경쟁은 '연 4% 수익률' 자체를 둘러싼 우열이라기보다, 동일한 수익률을 전제로 각 증권사가 자기신용을 어떤 속도와 범위로 운용할 것인지를 보여주는 초기 사례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초대형 IB 간 IMA 상품이 본격적으로 늘어날수록, 수익률과 함께 자기신용 운용 전략의 지속 가능성이 시장의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IMA는 수익률 자체도 중요한 요소지만, 두 하우스 모두 비슷한 수준의 목표 수익률을 제시한 상황에서는 그 이후의 구조가 더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될 수 있다"며 "특히 원금지급 의무가 있는 상품인 만큼, 자기신용을 어떤 속도와 범위로 운용하느냐가 장기적으로는 성과와 안정성 모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