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불장에 조용히 '이자 장사' 시작한 증권사들
입력 2026.01.09 07:00
    미래에셋증권, 대출 금리 0.25%p 인하
    우리·한화투자증권은 '3%대'로 끌어내려
    '빚투' 증가에 투자자 유치 경쟁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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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증시 호황이 이어지면서 증권사들의 대출 영업이 조심스레 고개를 들고 있다. 주식담보대출·신용융자 등의 금리를 내리면서 투자자 확보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최근 증권사들의 자기자본이 증가함에 따라 신용공여 한도가 늘면서 쏠쏠한 이자수익을 챙길 전망이다.

      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국내 증시 전체 신용공여 잔고는 27조6224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1일 잔고가 26조5824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한달 새 약 1조원이 증가했다.

      국내 증시 호황이 이어지면서 '빚투(빚내서 투자)' 수요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 코스피는 7일 장중 4600선을 돌파하는 등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증권사들도 조용히 대출 영업에 나섰다. 주식담보대출, 신용융자 등의 금리를 낮추면서 투자자 확보에 나선 것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5일부터 신용융자 및 증권담보융자 이자율을 0.25%포인트 낮췄다. 이에 비대면 신용융자 이자율(1~7일)이 연 7.25%에서 7%로 낮아졌다. 증권담보융자 이자율(1~30일)은 연 9.25%에서 9%로 조정됐다.

      중소형사들은 우대 이벤트를 통해 금리 하단을 끌어내리며 투자자 유치에 나섰다. 우리투자증권은 신용융자와 주식담보대출 이자율을 연 3.9%로 낮췄다. 한화투자증권은 신규 및 휴면고객을 대상으로 신용융자와 담보대출을 연 3.98% 금리에 제공한다.

      대출 속도조절에 나섰던 작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대형사인 미래에셋증권이 금리를 낮추면서 금리 인하 경쟁에 불이 붙을 수 있다고 보기도 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형사는 애초 자기자본의 60% 미만으로 신용공여를 관리하기 때문에 대출이 소폭 증가한다고 해서 리스크 관리가 어려워지는 건 아니다"라며 "2021년 빚투 열풍 때만 해도 신용공여 잔고 25조원을 위험수위라고 봤지만, 증권사들의 자기자본 증가 폭을 봤을 때 이런 눈높이도 바뀔 것 같다"고 말했다.

      신용융자 등이 급증하면서 증권사들은 쏠쏠한 이자수익을 챙길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작년 3분기 증권사 전체 신용공여 이자수익은 8195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13.6% 증가한 것으로 분기 기준으론 역대 최대 규모다. ▲미래에셋증권 1326억원 ▲키움증권 964억원 ▲삼성증권 908억원 ▲NH투자증권 902억원 ▲한국투자증권 712억원 등이었다.

      작년 4분기 동안 신용공여 잔고가 약 4조원 증가한 점을 고려하면 증권사들의 이자수익은 분기 최대치를 경신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업계에서는 금리 인하 사실 등이 외부에 노출되는 것에 매우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금융당국은 작년부터 금융권 전반의 가계대출 현황을 들여다보고 있다. 증권사들도 투자 과열 등을 방지하고자 담보대출을 한시적으로 중단하거나 가산금리를 끌어올리는 식으로 초기 대응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신용융자는 대출로 내준 금액이 고스란히 증권사로 들어오기 때문에 이자도 벌고 수수료도 벌 수 있는 쏠쏠한 장사"라면서도 "당국 시각에선 빚투를 조장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어 최대한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