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출신 영입에 공들인 롯데손보, 당국과 전면전 선택한 이유는
입력 2026.01.09 07:00
    취재노트
    적기시정조치 두고 감독당국과 공개 충돌
    금감원 출신 대관 라인에도 조율은 작동하지 않아
    법정 다툼 앞두고 커지는 ‘사전 소통 실패’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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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당국과 롯데손보가 적기시정조치의 적절성을 두고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롯데손보가 조치가 부당하다며 행정소송까지 제기하자, 금융회사가 감독당국을 상대로 공개적으로 반발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당국과의 소통을 강조하며 금융감독원 출신 인사 영입에 힘써온 롯데손보가 결국 전면전을 택한 배경을 두고, 대관 조율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된다.

      당국과의 갈등이 무색하게도, 최근 몇 년간 롯데손보는 금감원 출신 인사를 잇따라 영입해왔다. 2022년 금감원 서민금융상담팀장과 소비자보호총괄국 팀장, 분쟁조정국 부국장 등을 지낸 도종택 최고내부통제책임자(CCO)를 영입한 데 이어, 2024년 11월에는 성대규 사외이사의 사임으로 생긴 공석에 이창욱 전 보험감독국장을 선임했다. 

      여기에 2025년 초 상임감사 자리에도 국장급 금감원 출신 인사가 합류한 것으로 전해진다. 통상 당국과의 소통과 조율을 기대할 법한 ‘대관 라인’이 구축돼 있었던 셈이다.

      이처럼 금감원 출신 인사들이 포진해 있었음에도, 정작 당국과의 갈등을 완충하는 역할은 작동하지 않았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롯데손보와 금융당국 간 대립은 강대강 국면으로 이어지고 있다. 

      롯데손보는 금융당국이 내린 적기시정조치에 대해 비계량 평가를 근거로 한 경영개선권고는 전례가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계량평가에서는 적기시정조치 대상이 아닌 3등급을 충족했음에도, 비계량 평가를 통해 자본적정성 평가에서 4등급(취약)을 부과한 것은 감독 재량이 과도하게 행사됐다는 주장이다. 집행정지 가처분이 기각되면서 회사는 경영개선계획을 제출했지만, 본안 소송은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통상 이 같은 갈등은 수면 위로 드러나기 전 물밑 조율을 거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감독권을 쥔 당국과 각을 세울 경우 향후 부담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대관 라인이 나서 회사 입장을 설명하거나, 반대로 당국의 요구를 내부에 설득하는 중재 역할을 맡는 경우가 많다. 그런 점에서 금융사가 감독당국 조치에 공개적으로 반발하며 전면전에 나서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사정기관 성격의 당국과 전면전을 벌이는 금융사는 찾아보기 어렵다”며 “업계에선 원칙론을 앞세우기보다 소통을 통해 출구를 찾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롯데손보의 대응은 업계 문법과는 거리가 있다는 인식도 있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시장에서는 롯데손보의 ‘대관 실패’에 주목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특히 롯데손보가 문제 삼는 비계량 평가는 감독당국의 재량이 크게 작용하는 영역인 만큼, 중재자의 역할이 더욱 중요했을 것이란 평가다. 

      회사 측 주장대로 정성적 판단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면, 감독당국과의 관계 역시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해석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대관 라인이 갈등을 완충하며 관계를 관리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여지도 있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렇다면 금감원 출신이라는 ‘간판’은 왜 기대만큼의 역할을 하지 못했을까. 업계에서는 롯데손보 내부 대관 라인의 커뮤니케이션 방식과 금감원 내 평판이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거론한다. 

      오랜 기간 금감원에서 근무한 경험이 실무진과의 소통 과정에서 거리감을 키웠다는 얘기도 나온다. 유연한 조율보다는 원칙과 논리를 앞세운 전달 방식이 주를 이뤘고, 이 과정에서 신뢰를 쌓기보다는 거리감이 커졌다는 평가다.

      이창욱 사외이사가 지난해 9월 현대해상 수석전문위원으로 자리를 옮기기로 하면서, 롯데손보 이사회에서 보험업 이해와 감독당국 대응을 함께 맡아줄 인력이 줄어들었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이은호 대표 역시 롯데손보 인수 과정에서 합류한 인물로, 정통 보험인으로 분류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업계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꾸준히 선임해왔지만, 성대규 사외이사가 동양생명으로 이동한 데 이어 이창욱 사외이사마저 회사를 떠나면서 현재 이사회에는 보험업 전반과 감독 체계를 모두 꿰고 있는 인사가 사실상 부재한 상태다.

      롯데손보는 이제 금융당국의 적기시정조치가 부적절했다는 점을 법적으로 입증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회사 측 주장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기까지 넘어야 할 문턱이 낮지 않다는 시각이 있다. 롯데손보는 비계량 평가와 정성평가 기준이 공개되지 않은 현행 경영실태평가(RAAS) 체계의 투명성과 신뢰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감독당국이 내부적으로 구체적인 근거와 수치를 확보하고 있다면 이를 외부에서 뒤집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법적 다툼의 결과와 별개로, 사전에 갈등을 완충하고 출구를 모색했어야 할 대관 역할에 대한 아쉬움이 더욱 커지고 있다. 감독당국의 재량이 크게 작용하는 사안일수록 법정 공방 이전의 조율이 중요했을 것이라는 점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