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확충 나선 증권사들, 연초 증권채 쏟아낸다
입력 2026.01.20 07:00
    증권사 6곳 최대 3조6000억 공모채 발행 계획
    실적 개선 흐름…투자 심리 뒷받침하는 요인
    "시장성 조달 의존…운용자금 선제적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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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AI 생성 이미지(편집)

      증권사들이 연초부터 증권채 발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준금리 동결에 따른 금리 부담에도 불구하고, 자금 여력이 풍부한 연초를 활용해 선제적인 유동성 확충에 나선 모습이다. 이번 발행은 대부분 만기 도래를 앞둔 회사채와 기업어음(CP), 전자단기사채(전단채) 차환을 염두에 둔 조달로, 만기 구조를 안정화하려는 목적이 크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화투자증권(AA-)은 지난 8일 올해 첫 증권채 발행을 위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1500억원 모집에 1조6700억원의 주문을 확보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증액 발행 한도인 3000억원을 채워서 자금 조달을 마쳤다. 비교적 이른 시점에 발행에 나서면서 투자 수요를 선점했다는 평가다.

      이후 대형 증권사들도 줄줄이 공모채 발행을 예고하고 있다. 1분기 공모채 상환 일정에 맞춰 발 빠르게 조달 계획을 수립하는 모습이다. KB증권(AA+), 대신증권(AA-), 삼성증권(AA+), 한국투자증권(AA), NH투자증권(AA+) 등이 증권채 발행을 준비 중이다. 각각 최대 8000억원, 4000억원, 6000억원, 5000억원, 6000억원 규모로 조달에 나설 계획이다.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발행량은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중 발행한 증권채 규모는 총 3조원(미래에셋증권 3000억원, 삼성증권 5000억원, 한국투자증권 4000억원, KB증권 8000억원,  신한투자증권 5000억원, NH투자증권 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발행을 준비 중인 곳을 최대 발행액 기준으로 단순 집계했을 때 총 3조6000억원 규모로 20% 증가한 수준이다.

      발행 예정 물량 대부분이 AA급에 해당해 시장에서는 무난한 흥행을 점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연초 발행된 증권채 역시 대부분 증액 발행에 성공하며 수요 여력을 확인했다. 

      증권사들의 실적 개선 흐름도 투자 심리를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주식 거래대금 회복으로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수익이 확대되는 등 주요 증권사들의 지난해 실적이 전반적으로 양호했던 만큼, 신용도에 대한 우려는 크지 않다는 평가다.

      다만 조달 금리에 대한 부담은 여전히 남아 있다. 회사채 금리의 기준점이 되는 국채 금리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초 증권채 평균 조달 금리는 3.0~3.1%대에서 형성됐는데, 올해는 소폭 높은 3.2~3.8%대에서 발행이 이뤄지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는 은행과 달리 예금 기반이 없어 시장성 조달 의존도가 높아 연초에 회사채를 통해 유동성을 미리 확보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며 "IB 영업 재원과 파생·트레이딩 운용자금을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하는 구조로, 상반기 딜이 집중되는 점을 감안하면 연초 조달은 사실상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AA급 증권채를 중심으로 발행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발행 물량 대부분이 증액 발행에 성공하는 등 수요 기반이 확인된 데다 증권사 실적 역시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어 투자자들의 경계심리는 크지 않다는 평가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연초에는 기관 자금 유입으로 수요가 상대적으로 탄탄해 증권채 발행에 유리한 환경"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