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코플랜트, IPO 대신 FI 지분 매입 추진…회계처리 위반·중복상장에 발목
입력 2026.01.28 13:50
    FI에 7월까지 상장 약속했지만 예심 청구 못해
    작년 회계처리 위반, 최근 중복상장도 걸림돌로
    FI 지분 매입 타진…수익률 놓고 줄다리기 예고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SK에코플랜트가 재무적투자자(FI)와 약속한 상장(IPO)을 강행하는 대신 FI 투자 지분을 되사오는 협의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작년 금융당국에서 회계처리 위반으로 징계를 받아 심사 통과 가능성이 불투명해진 데다, 최근 대통령의 지적으로 중복상장 부담도 커졌기 때문이다.

      28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최근 일부 FI를 대상으로 지분 매입 의향이 있다는 뜻을 전달했다. 아직 물밑에서 검토 중인 사안으로 거래 진행 여부나 조건은 유동적인 상황이다. 조만간 FI와 본격적인 협상 테이블을 차려 논의할 것으로 점쳐진다.

      한 FI 관계자는 "어떤 방식으로 거래할지, 가격은 얼마인지 등 세부적인 내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SK에코플랜트 측과 협의에 나서려고 준비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SK에코플랜트가 FI 지분 인수에 나선 것은 상장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회사는 2022년 7월 6000억원 규모 전환우선주(CPS)를 발행하며 4년 내 상장하기로 했다. 상장 절차를 감안하면 지난주 중에는 거래소에 예비심사 청구를 했어야 하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움직임은 없다.

      SK에코플랜트는 작년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중과실에 의한 회계기준 위반을 이유로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2022~2023년 미국 자회사 매출액을 과대계상한 회계처리가 문제가 됐다. 과징금을 부과받은 기업은 예심을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고, 상당 기간 재청구도 어려워진다.

      중복상장 문제가 다시 불거진 것도 상장 전망을 흐리고 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중복상장을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소로 지적했고, 거론 당사자인 LS에식스솔루션즈는 즉시 상장 철회를 결정했다. 상장사를 모회사로 둔 기업이라면 예외없이 중복상장 구설수에 오를 수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상장 추진 여지를 두려는 분위기지만 현실적인 벽이 높다. 시장에선 거래소와 비공식적인 논의를 거친 후 쉽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종합 기업으로 제값을 받기 위해 FI와 상장 기한을 늦추는 안을 논의했지만 이 역시 큰 소득 없이 끝났다.

      SK에코플랜트가 FI 지분을 인수한다면 핵심은 어느 정도의 수익률을 맞춰주느냐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FI들은 CPS 외에 보통주 지분도 일부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PS와 달리 보통주는 회사 측에 회수를 요청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 SK에코플랜트 측은 FI에 내부수익률(IRR) 5% 정도를 보장해주고 이 지분을 모두 묶어 사오길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FI는 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기한 전 상장이 사실상 무산된 만큼 SK그룹 측에서 FI에 CPS를 팔라고 요청할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인수자는 SK에코플랜트의 대주주인 SK㈜나 SK㈜가 지정하는 제3자이고, 보장 수익률은 IRR 12%(위약벌 조항 적용 시) 수준으로 알려졌다.

      다만 FI 입장에선 보통주 회수도 염두에 둬야 한다. CPS 수익률을 고집하기보다는 기대치를 다소 낮추더라도 보통주까지 한번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 상장을 통한 회수가 어려운 만큼 최대한 협상 시점을 당길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FI 관계자는 "회사는 CPS와 보통주를 5% 수익률에 사겠다는 제안을 하는데 FI는 CPS에 대해 12%의 수익률을 챙길 수 있는 상황이라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며 "협상은 정산 시점인 7월까지 끌지 않고 2~3월 중에 빠르게 결론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SK에코플랜트 측은 "상장 예비심사 청구 시기 조율 등을 포함, 다양한 방안에 대해 주관사 및 투자자들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