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첫해 맞는 HD건설기계, 4분기 '빅배스'로 털고 갈까
입력 2026.02.03 14:34
    HD현대그룹, 12일 실적 발표 예정
    통합 법인 HD건설기계에 시장 시선 쏠려
    합병 전 마지막 실적, 빅배스 가능성 거론
    첫해 부담 줄이기 위한 선제 정리란 분석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HD현대그룹의 실적 발표를 앞두고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가 4분기 '빅배스'에 나섰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합병 첫 해를 앞둔 시점인 만큼 향후 실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리할 비용은 미리 반영하려는 판단이 깔렸을 것이란 시각이다. 

      HD현대그룹은 지난해 건설기계 부문 계열사인 HD현대인프라코어와 HD현대건설기계의 합병을 공식화했다. 양사는 합병 절차를 거쳐 올해 1월 1일부터 통합 법인인 'HD건설기계'로 공식 출범했다. 이에 따라 기존 HD현대인프라코어는 상장 폐지 수순을 밟았고 건설기계 사업은 단일 법인 체제로 재편됐다.

      그룹 차원의 메시지도 분명했다. 정기선 HD현대그룹 회장은 올해 초 건설기계 사업을 그룹의 핵심 성장 축 중 하나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정 회장은 "최고를 향한 HD건설기계의 열정이 차세대 신모델과 신흥시장 개척으로 옮겨지기를 응원한다"며 "생산과 품질, 영업에 이르기까지 전 영역의 재정비로 조선에 이어 그룹의 또 다른 '글로벌 NO.1'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는 그룹 내 슈퍼사이클을 탄 조선이나 전력기기와 비교하면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옅었던 것도 사실이다. 주가 역시 뚜렷한 재평가 국면에 진입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글로벌 건설기계 시장 부진이 이어지면서 양사 모두 뚜렷한 실적 반등 계기를 찾지 못했다. 건설기계 부문은 업황 둔화 속 재고가 누적되자, 회사는 일정 기간 재고 소진에 주력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HD현대그룹은 양사 합병 카드를 꺼내 들었다.

      당시 증권가에서는 양사 통합 시너지가 기대된단 목소리가 많았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HD현대건설기계와 인프라코어는 사실 합병 전에도 조직 통합 과정들이 조금씩 있었다"며 "연구개발(R&D) 부서를 미리 통합하고 건설기계 중국 법인을 인프라코어로 이관하는 등 밑그림 작업들이 존재했다"고 했다. 이어 "사업 부문이 겹쳐있는 게 사실이라 통합할 경우 사업 부문 간 중복을 완화할 수 있고, 전반적인 시너지 창출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통합 후 첫해를 맞은 만큼 투자업계에선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가 지난해 4분기 실적에서 빅배스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HD현대그룹은 오는 12일 실적발표가 예정돼 있다. 

      다른 증권가 관계자는 "HD현대건설기계의 4분기 실적은 부진할 가능성 높다고 보고 있다"며 "건설기계 수출 여건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합병 첫 해를 앞두고 비용을 선제적으로 반영하려는 기조가 있어 4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치는 낮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적을 털고 가야 이후 연도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논리다.

      지난해 말 문재영 HD현대인프라코어 건설기계사업본부 부사장이 HD건설기계 신임 사장으로 선임된 점 역시 시장 시선을 끈다. 통상 최고경영자 교체 시기에 비용을 선제 반영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도 빅배스 가능성에 힘을 싣는 대목이다.

      비용을 털어낸 후 HD건설기계의 다음수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룹 내부적으로도 올해는 건설기계 부문에 힘을 싣는 분위기가 감지된단 전언이다. 사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그룹 내부적으로는 조선과 전력기기 부문 실적이 워낙 좋은 상황인 만큼, 올해는 HD건설기계를 살려보자는 경영 기조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건설기계 쪽 임원들에 대한 부담이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중장기 성장 동력으로는 엔진 사업부가 핵심으로 꼽힌다. 기존 HD현대인프라코어는 엔진 사업 부문에서 호실적을 이어갔다. 북미 발전기용 가스 엔진 수출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 

      최근 들어서는 방산용 엔진 수요 증가도 기대되는 요인으로 꼽힌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지난해 군산·인천 엔진공장 증설 투자를 공시했고, 통합 법인인 HD건설기계는 최근 폴란드향 K2 전차용 방산 엔진 수주도 받아냈다. 향후 건설장비엔진 내재화를 통해 마진율 개선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통합법인 HD건설기계는 2030년 매출 14조8000억원을 목표로 하겠다 밝혔다. 주력 사업인 건설장비를 중심으로 엔진 사업과 AM(After Market) 사업에 힘을 실겠다고도 했다. 

      HD건설기계 문재영 사장은 "중장기 전략의 빠른 실행과 통합의 시너지를 통해 시장의 성장을 상회하는 실적을 달성하겠다"며 "건설기계 사업의 근원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시설 투자와 기술 개발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HD현대건설기계는 ▲2023년 매출 3조8250억원, 영업이익 2572억원 ▲2024년 매출 3조4381억원, 영업이익 1904억원을 기록했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2023년 매출 4조6596억원, 영업이익 4183억원 ▲2024년 매출 4조1142억원, 영업이익 1842억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