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체제 연장론 힘 받지만…김광옥 발탁 배경 촉각
'2인자 견제 구도' 포석 해석 속 '힘 실어주기' 평가도
"김 회장은 성과 없으면 책임 물어" 영업 향방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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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권사 중 처음으로 '순이익 2조원'을 일궈낸 한국투자증권 리더십의 향방에 증권가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2년간 공석이던 IB그룹장 자리에 그룹에서 요직을 두루 거친 신임 부사장이 부임하며, 인사의 배경을 두고 분분한 해석이 나온다.
김성환 현 대표가 수익성으로 리더십을 입증하며 입지를 다지는 가운데, 김남구 한국투자금융그룹 회장의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광옥 부사장이 어떤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김 부사장이 김성환 대표보다 오히려 두 살 연상이라는 점에서, 후계 구도가 어떻게 정리될 지도 관전 포인트라는 지적이다.
한국투자금융그룹은 지난해 말 임원인사에서 김광옥 카카오뱅크 부사장을 한국투자증권 신임 IB그룹장(부사장)으로 발령했다. 해당 보직은 정일문 전 대표 시절 배영규 그룹장이 담당하던 자리였으나, 김성환 대표 취임 후엔 2년간 공석으로 비어있던 자리였다.
김성환 사장은 지난해 국내 증권사 사상 처음으로 순이익 2조원을 이끌어내며 새 기록을 남겼다. 여기에 전임 정일문 전 사장(현 부회장)이 5년, 전전임 유상호 전 사장(현 부회장)이 12년간 재직한 것을 감안하면 아직 '후계'를 논하긴 이르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였다.
이런 상황에서 김광옥 부사장이 IB 그룹장에 선임되자, 시장에서는 '왜 지금, 왜 이 인물인가'라는 질문이 제기된 것이다.
김 부사장은 1967년생으로 김성환 사장(1969년생)보다 두 살 많다. 통상 대표이사 체제 아래 그룹장 인선이 후계 구도와 맞물려 이뤄지는 관행을 감안하면, '세대 교체'와는 거리가 있는 인사란 해석이 나온다.
게다가 김 부사장 선임은 지난해 말 진행된 한국투자증권 인사 기조와 비교해도 특이한 케이스였단 평가다. 금융권 전반의 기조와 맞춰 한국투자증권 역시 지난해 말 세대 교체 인사를 단행했다. 1960년대생 임원들이 대거 물러난 것이다.
지난해 말 임원 인사에서 부사장·전무 8명 가운데 5명이 회사를 떠났다. 송상엽 부사장(글로벌사업그룹장·1964년생), 양해만 전무(운용그룹장·1969년생), 박홍석 전무(감사본부장·1961년생), 설광호 전무(1965년생), 박재현 전무(개인고객그룹장·1965년생)가 임기 만료 퇴임 또는 일신상의 사유로 물러났다.
빈 자리는 1970년대생 임원들이 승진을 통해 채웠다. 이런 흐름 속에서 1967년생인 김광옥 부사장의 기용은 더욱 대비된다는 평가다.
김 부사장의 출신 배경도 시장의 시선을 끄는 대목이다. 김 부사장은 동원증권으로 입사해 한국투자증권에서 인사ㆍIPOㆍPB 업무 등을 경험했다. 이후 한국투자금융지주로 자리를 옮겨 준법감시인을 지냈고, 한국투자파트너스 최고투자책임자를 거쳐 2020년부턴 카카오뱅크 부대표로 근무해왔다.
특히 2015년 이후 증권가를 떠나있었다는 점에서 회사의 핵심 수익 축인 IB그룹을 맡을만한 인사냐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는 평가다. 국내 3대 IB로 꼽히는 한국투자증권의 IB사업을 총괄할만큼의 '성과'가 있느냐 역시 회사 안팎에서 물음표가 붙는 부분이다.
조직 내부에 이미 차세대 후계 라인도 성장 중이었다. 이번에 개인고객그룹장으로 승진한 김도현 전무(1973년생)나, 대규모 물갈이 인사 중에서도 자리를 지킨 PF그룹장 방창진 전무(1974년생)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IB와 WM을 두루 섭렵한 김성환 대표와 실무자 시절 손발을 맞춰봤다는 점에서 강점을 보유했다는 평가다. 방 전무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까지만 하더라도 대형 거래 관리 능력 등을 인정받아 그룹장 내부 승진 시나리오까지 언급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회사 안팎에서는 이번 인사를 두고 오너인 김남구 회장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된다.
특히 IB 그룹장은 김성환 사장이 거쳐 간 자리로, 그룹 내에서 차기 CEO로 향하는 주요 경로 중 하나로 꼽힌다. 2년간 공석이던 자리에 김 부사장을 앉힌 결정은, 일부에서는 후계를 염두에 둔 인사로 읽힐 수 있다는 평가다. 공공연하게 '2인자'를 둠으로써 자연스레 '견제 구도'를 만드는 김 회장 특유의 인사 스타일이 이번에도 적용된 것으로 해석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여기에 김남구 회장과 김광옥 부사장이 모두 고려대 출신이라는 점까지 더해지며, 인사를 바라보는 시선은 더욱 복합적으로 갈린다. 김 회장은 고려대 경영학과, 김 부사장은 고려대 무역학과를 졸업했다.
한 증권사 IB 그룹 임원은 “김광옥 부사장은 동원그룹 비서실 출신이라는 뜬소문이 돌 만큼 오너의 각별한 신뢰를 받으며 그룹 요직을 두루두루 거친 인물”이라며 “IB 업무에서 특출한 성과가 있거나 IB 그룹장 후보군 중 핵심으로 거론돼 온 인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이를 곧바로 후계 구도의 확정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김성환 사장이 구축해 온 성과와 안정의 기반 위에서, 새 리더를 맞이한 IB그룹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내느냐에 따라 인사 구도의 해석 역시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발행어음에 이어 종합투자계좌(IMA)로 영역을 확장 중인 한국투자증권에 IB 부문의 상품 소싱 능력은 더욱 중요해졌다는 평가다. 조달 금액의 상당 부분을 '생산적 금융'에 투자해야 하는만큼, 대기업ㆍ중소기업을 가리지 않고 딜(deal) 커버리지를 넓혀야 하는 상황이다.
IB 부문의 중요성이 훨씬 커진 상황에서, 발행 업무는 물론 벤처 투자, 차세대 뱅킹 업무까지 두루 경험해 본 김광옥 부사장 인선은 '증권에 힘 실어주기'로 해석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김남구 회장은 기회를 주되, 성과가 없을 경우 책임을 묻는 스타일”이라며 “김광옥 부사장에게도 이번 자리가 마냥 편한 자리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