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브랜드' 중형 딜 주목하는 외국계…리스크에 신중해진 국내 PEF
입력 2026.02.06 07:00
    외국계는 중형 딜 관심…국내 운용사는 규제·여론 부담
    K뷰티·푸드·패션 등 해외 확장 가능한 K-브랜드 인기
    상법 개정 및 규제 변수에 크레딧·인프라 투자로 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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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외국계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수천억원 규모의 중형 거래와 ‘K-브랜드’를 앞세운 기업 투자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과거에는 글로벌 펀드들이 이른바 ‘빅딜’에 주로 나섰지만, 최근에는 국내 투자자들이 밸류에이션 눈높이 차이로 선뜻 참여하지 않은 중형 거래에서도 자주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한편 국내 투자자들은 규제 환경 변화와 여론 리스크, 밸류에이션 부담 등으로 딜 접근이 한층 까다로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2일 IB업계에 따르면 최근 외국계 사모펀드(PEF)들이 ‘예전 같으면 들여다보지 않았을’ 수천억 원 규모의 중형 딜에도 관심을 보여 주목되고 있다. 특히 해외 시장으로 확장이 가능한 이른바 ‘K-브랜드’를 보유한 기업들을 중심으로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다. 

      이에 일각에서는 외국계 PEF들이 사실상 ‘그로스 펀드’처럼 투자 대상을 살펴보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한 외국계 사모펀드(PEF) 관계자는 “글로벌 PEF는 본사 투자심의위원회에서 통과될 수 있는 거래가 많지 않을 정도로 전반적으로 상당히 깐깐하다”면서도 “화장품 등 이른바 ‘K’가 붙은 산업처럼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섹터의 경우에는 밸류에이션이 합리적이라면 비교적 수월하게 넘어가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TPG는 광천김에 대한 투자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광천김은 국내 조미김 생산·유통업체로, 지난해 매각을 추진했지만 가격 눈높이 차이 등으로 거래가 성사되지 못했다. 

      최근 어펄마캐피탈이 성경김을 1200억원에 매각한 거래에는 약 11배 수준의 멀티플이 적용됐다. 이를 기준으로 할 경우 광천김의 기업가치는 3000억원에 미치지 못한다는 계산도 나온다.

      광천김은 삼성증권과 기업공개(IPO) 대표주관 계약을 체결하는 등 상장 카드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경영권 매각이나 외부 투자 유치 가능성 역시 열어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과거에는 김 소비 지역이 한·중·일 아시아에 한정됐지만 최근 K-푸드 인기로 글로벌 수요가 늘어난 점은 고려되는 요인이다.

      EQT는 지난해 국내에서 테크 중심의 투자를 확대했다.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 더존비즈온 지분을 인수하며 IT·솔루션 분야에 베팅한 데 이어 HR 플랫폼 리멤버앤컴퍼니에도 투자해 데이터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했다. ‘빅딜’보다는 장기적으로 키울 수 있는 적당한 규모의 ‘알짜’ 매물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베인캐피탈은 코스닥 상장사 에코마케팅에 대한 공개매수를 진행하며 인수를 추진 중이다. 자회사인 요가복 브랜드 안다르 등을 앞세운 해외 확장성을 높게 평가해 딜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블랙스톤이 지난해 투자에 나선 준오헤어는 국내는 물론 해외 투자자들까지 검토에 나섰음에도 가격 기대치가 높아 협상이 쉽지 않았던 딜로 꼽힌다. 앞서 2024년에도 블랙스톤은 한 차례 매각이 무산됐던 산업용 절삭공구업체 제이제이툴스의 경영권을 인수했다. 

      CVC캐피탈은 2024년 '리쥬란' 파마리서치에 2000억원을 투자한 이후 지난해 '독도토너' 서린컴퍼니 인수를 검토했으나 최종 거래로 이어지진 않았다.

      외국계 PEF들이 가리지 않고 매물을 검토하는 분위기인 반면 국내 PEF들 사이에서는 과거보다 딜에서 고려해야 할 변수들이 많아졌다는 평가다. 

      상법 개정을 앞두고 상장사 거래의 난이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데다 SI도 국내보다는 해외 매물을 중심으로 검토하는 흐름이 짙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방산이나 화장품 등 인기가 높은 섹터의 경우에는 밸류에이션이 지나치게 높아 여러 이해관계를 맞추기 쉽지 않다.

      PEF가 보유한 포트폴리오 기업의 경우 이른바 ‘세컨더리 딜’이라는 시선 역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 LP들이 기존 사모펀드의 포트폴리오를 인수하는 거래를 선뜻 반기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프랜차이즈 업종처럼 정부 정책이나 사회적 여론에 민감한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 과거 사회적 이슈를 겪은 회사에 대한 투자 역시 부담 요인으로 거론된다. 

      이른바 ‘백기사’ 거래 등 전통적으로는 PEF가 뛰어들던 딜도 최근에는 자칫 잘못 나섰다가는 여론의 뭇매를 함께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의 롯데렌탈 인수 거래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제동을 받으면서, 인수기업의 기업결합 심사를 앞둔 다른 PEF 사이에서도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분위기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경영권 인수를 전제로 하는 바이아웃보다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노리는 크레딧 부문이 오히려 활발하게 거래에 나서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변동성이 큰 산업 투자 대신 현금흐름이 비교적 안정적인 인프라 자산을 중심으로 한 딜이 각광받고 있다는 평가다.

      한 국내 PEF 관계자는 “금융사의 경우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사항을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고 프랜차이즈처럼 산업 자체가 정부의 주목을 받는 분야라면 선뜻 나서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며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홈플러스 사태 이후 전반적으로 PEF에 대한 시선이 까다로워진 것도 조심스러운 요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