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량서 정성으로 바꿨지만 신청은 0건
6개월 보호 조치, 운용사엔 실익 부족
거래소 "인지 하지만 과도한 개입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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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ETF 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하면서 이른바 '카피캣(미투) ETF' 논란이 반복되고 있지만, 이를 제도적으로 방지하겠다며 도입한 한국거래소의 ETF 신상품 보호제도는 개편 이후에도 사실상 작동하지 않고 있다. 제도는 유지되고 있지만, 운용사의 신청과 실제 적용 사례가 전무해 실효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거래소가 2024년 초 개편한 ETF 신상품 보호제도는 시행 이후 2년여가 지난 현재까지 운용사의 신청 건수가 0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개편 이후 신상품으로 지정돼 보호를 받은 ETF도, 해당 제도로 유사 상품 상장이 제한된 사례도 나오지 않았다.
해당 제도는 ETF 시장 내 과도한 유사 상품 출현을 막기 위한 장치다. 운용사가 신상품 보호를 신청하면 거래소가 심의를 거쳐 신상품으로 인정할 수 있고, 이 경우 상장일로부터 6개월간 유사 ETF의 상장이 제한된다.
앞서 거래소는 기존 '구성종목 중복률' 등 정량 기준이 테마형 ETF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반영해, 2024년 정성 평가 중심으로 제도를 개편했다. 독창성·차별성·시장 기여도 등을 종합 평가해 일정 점수 이상일 경우 보호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제도 개편의 배경에는 ETF 시장 구조 변화가 있다. 2차전지, 반도체, 방산, 원자재 등 특정 테마를 중심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유사한 콘셉트의 ETF가 짧은 기간에 다수 상장되는 일이 반복됐다. 선발 상품이 흥행한 이후 후발 운용사가 유사 상품을 출시해 수수료 인하나 마케팅 경쟁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혁신 상품 보호' 필요성이 제기됐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제도 활용을 가로막는 구조적 한계가 더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ETF 특성상 테마형·섹터형 상품은 상위 구성 종목이 겹칠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어디까지가 차별화이고 어디부터가 유사성인지'를 제도적으로 가르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유사성 판단 기준이 명확해질수록 정상적인 테마 ETF까지 한꺼번에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라며 "상품 설계의 미세한 차별점이 제도적으로 인정받기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신청 유인이 제한적이라는 점도 제도 공회전의 원인으로 꼽힌다. 보호 기간은 6개월로 한정돼 있고, 독창적인 구조가 곧바로 수익률이나 자금 유입으로 이어진다는 보장도 없다. 반면 보호 신청 과정에서 유사성 판단을 둘러싼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은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
업계에서는 선발 효과가 이미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상황에서 굳이 제도 적용을 요청할 실익이 크지 않다는 인식이 크다는 평가다.
실제로 ETF 시장에서는 먼저 상장된 상품으로 거래가 집중되는 경향이 뚜렷하다. 유사 상품이 뒤따라 출시되더라도 초기 자금 유입과 유동성 측면에서 선발 상품이 우위를 점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신상품 보호제도가 의도한 '선발 이익 보장' 기능이 이미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상당 부분 구현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거래소는 이 같은 점을 들어 제도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과도한 개입에는 신중한 입장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신상품 보호제도는 운용사 신청을 전제로 작동하는 구조인데, 현재 신청 사례가 거의 없는 것은 사실"이라며 "금융상품 특성상 일정 수준의 유사성은 불가피하고, 제도가 과용될 경우 투자자 선택권을 제한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제도의 취지와 달리 실제 활용 사례가 전무한 상태가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는 점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카피캣 논란을 완화하겠다는 정책적 목적 아래 제도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운용사 누구도 활용하지 않는 구조라면 제도의 존재 의미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선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신상품 보호제도는 특정 상품을 일괄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장치라기보다, 시장 상황에 따라 선택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마련된 제도"라며 "현재로서는 제도 자체의 운영 방향이나 틀을 다시 손봐야 할 필요성까지는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