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에서 얻어맞은 증시…코스피 급락에 또 매도 사이드카 발동
입력 2026.02.06 10:07
    미국 AI주 조정·코인·귀금속 급락 겹쳐 투자심리 급랭
    외국인 차익실현 본격화 속 환율 1470원대 재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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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AI 기업 조정과 가상자산 시장 급락, 달러 강세에 따른 원화 약세가 동시에 겹치며 국내 증시가 장 초반 5000선을 내주는 등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코스피는 이번 주에만 매도 사이드카가 두 차례, 매수 사이드카가 한 차례 발동되며 단기간 변동성이 극대화되는 모습이다.

      6일 오전 기준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은 전 거래일 대비 3% 가까이 하락하며 5000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장 초반 5000선이 붕괴되는 등 낙폭이 빠르게 확대되자 한국거래소는 오전 9시 6분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를 발동했다. 코스피 사이드카 발동은 지난 3일 매수 사이드카 이후 3거래일 만이다. 코스피200 선물이 전장 대비 5%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간 지속되며 프로그램 매도가 5분간 정지됐다. 코스피가 5% 넘게 급락했던 지난 2일 이른바 '검은 월요일' 이후 4거래일 만이다.

      코스닥도 같은 시각 2% 이상 하락하며 1080선까지 밀렸다. 대형주와 중소형주를 가리지 않고 전반적인 매도 압력이 확산되며 투자심리가 빠르게 위축되는 모습이다.

      코스피와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도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삼성전자는 3%대 하락했고, SK하이닉스와 현대차도 4~5%대 낙폭을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주요 대형주 전반이 동반 하락하며 지수 하방 압력을 키웠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2차전지·바이오·로봇 관련주를 중심으로 3~8% 이상 하락하며 낙폭이 확대됐다.

      이번 국내 증시 급락의 직접적인 배경은 간밤 미국 증시 부진이라는 분석이다. 뉴욕 증시는 다우지수와 S&P500이 각각 1.2% 하락했고, 나스닥지수는 1.6% 급락했다. 엔비디아(-1.3%), 알파벳(-0.5%) 등 주요 AI 관련 종목이 약세를 보인 가운데, 아마존은 실적 발표 이후 시간외 거래에서 10% 넘게 급락하며 시장 불안을 키웠다.

      AI 산업을 둘러싼 기대와 부담이 동시에 부각되며 이른바 ‘AI 버블론’도 재차 거론되고 있다. 하이퍼스케일러들의 CAPEX 확대가 AI 밸류체인 전반의 성장을 이끈다는 기존 인식과 달리, 최근에는 비용 부담과 수익성 둔화 우려가 먼저 반영되는 분위기다. 아마존은 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를 웃돌았음에도 불구하고 2026년 CAPEX 가이던스를 2000억달러 수준으로 제시하며 시장 예상치를 크게 상회했다. 반면 1분기 영업이익 가이던스는 컨센서스를 밑돌며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위험자산 전반의 변동성 확대도 국내 증시에 부담을 줬다는 평가다. 증거금 요건 강화와 차익실현이 겹치며 국제 금 가격은 하루 새 3% 넘게 하락했고, 은 가격은 16% 이상 급락했다. 비트코인은 7만달러 선을 하회하며 국내 거래소 기준 1억원 아래로 내려앉았다. 가상자산 가격 급락에 따른 연쇄 청산 우려가 투자 심리를 추가로 위축시켰다.

      환율 역시 하방 압력을 키우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70원대를 재차 돌파하며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환율이 장중 1470원을 넘은 것은 지난달 22일 이후 처음이다. 달러 인덱스가 98선까지 오르며 글로벌 달러 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외국인 자금 이탈 우려도 함께 커지는 모습이다.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 매도가 두드러지고 있는 상황이다. 6일 오전 기준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1조원이 넘는 순매도를 기록하고 있다. 외국인은 전날에만 약 5조원 규모를 순매도하며 일간 기준 최대 수준의 매도 금액을 기록했다. 개인이 6조원대 순매수로 이를 받아냈지만, 단기적으로는 외국인 수급이 시장 방향성을 좌우하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이번 외국인 매도를 금융시장 위기나 증시 고점 붕괴 신호로 해석하기는 이르다는 시각도 나온다. 코스피 시가총액이 4000조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절대 금액 기준 매도 규모가 커 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다. 시가총액 대비 외국인 순매도 비중으로 환산하면 과거에도 몇 차례 경험했던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매도가 반도체와 자동차 등 1월 급등 업종을 중심으로 한 전략적 차익실현 성격이 강하다고 보고 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외국인 매도는 금융시장 전반의 위기 신호라기보다는 연초 급등했던 업종을 중심으로 한 차익실현 성격이 강하다"며 "AI 투자 부담과 글로벌 위험자산 조정이 단기 변동성을 키우고는 있지만, 이를 미국 경제나 금융 시스템 전반의 위험으로 확대 해석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