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 유치 금액·시기 미정…시장 평가는 보수적
공정위 승인까지 1년, 그 전 자금 해법이 관건
그룹 전반 재무 부담에 투자자들 고심 깊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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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과 중앙그룹이 영화관 롯데시네마–메가박스 합병을 축으로 외부 투자 유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지만, 투자업계의 시선은 냉담하다. 합병 논의가 장기간 이어져 왔음에도 투자 구조와 조건이 구체화되지 않은 데다, 중앙그룹 전반의 재무 부담과 계열사별 재무적 투자자(FI) 상환 이슈가 동시에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롯데시네마 운영사 롯데컬처웍스와 메가박스중앙이 추진 중인 합병법인(JV)에 대한 투자 유치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지분 구조, 밸류에이션, 투자 방식 등 핵심 쟁점에 대해 투자자들과 실질적인 논의가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최근 시장에 거론되는 IMM크레딧앤솔루션(IMM CS)의 약 4000억원 투자 유치설 역시 조건과 시기, 투자 확정 여부와는 거리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투자업계에서는 이번 거래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합병 구조의 복잡성보다 중앙그룹의 재무 여건을 먼저 지목한다. 극장 산업 자체는 구조조정과 비용 절감, 밸류에이션 조정을 통해 접근 여지가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다만 그룹 차원의 재무 구조와 차입 부담은 단기간에 개선되기 어렵다는 인식이 투자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극장이라는 사업은 싸게 사면 손을 볼 수 있지만, 그룹 재무 체력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FI 관점에서 가장 큰 부담은 투자 회수 경로다. 단순 지분(에쿼티) 투자로는 회수 시점과 방식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일정 내부수익률(IRR)을 보장하는 구조가 거론되지만, 이 경우 대주주인 롯데그룹과 중앙그룹이 떠안아야 할 재무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IRR 보장 구조는 리스크를 결국 대주주에게 넘기는 방식"이라며 "증자 형태의 투자 유치 역시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합병 시간표 역시 투자자들의 고민을 키우는 요소다.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 합병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가 필수적인데, 업계에서는 승인까지 최소 1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그 이전에 중앙그룹이 자금 여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이다. 투자업계에서는 "공정위 승인 자체가 투자 요건이라기보다는, 승인 전까지 버틸 수 있는 자금이 있느냐가 핵심"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앙그룹은 이미 계열사별로 FI 부담이 누적돼 있다. 콘텐츠 제작사 SLL중앙에는 프랙시스캐피탈과 중국 텐센트가 2021년 프리IPO 형태로 총 4000억원을 투자해 지분 약 28%를 보유하고 있다. 상장이 지연되며 다음달 다가올 만기 연장과 조건 변경을 둘러싼 협상이 이어지고 있다.
콘텐트리중앙 역시 사모펀드 JKL파트너스가 투자한 전환사채(CB)의 상환 부담이 이어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계열사 전반에서 공통적으로 FI 상환 시점을 늦추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신규 투자 유치도 성장 투자라기보다는 기존 투자자 관리 성격이 짙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메가박스중앙까지 합병과 투자 유치의 축으로 부상하면서, 중앙그룹이 여러 재무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국면에 놓인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최근 불거진 스포츠 중계권 매입도 추가적인 부담 요인으로 보고 있다. 중앙그룹의 방송사 JTBC는 월드컵과 동계올림픽 중계권으로 약 1억7000만달러, 한화로 2000억원을 웃도는 금액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계권 비용은 분할 지급 구조지만, 재판매가 기대만큼 이뤄지지 않으면서 단기 자금 운용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두고 중앙그룹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도 그룹의 자구 노력과 시장 내 해법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당장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자체적인 재무 개선과 투자 유치 가능성을 지켜보는 분위기지만, 자금 사정이 추가로 악화될 경우 금융권 차원의 역할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중앙그룹 측은 "중계권 매입 비용은 한 번에 지출하는 구조가 아니며, 당장 자금 부족으로 합병을 서두르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롯데시네마와의 합병은 업무협약(MOU) 체결 이후 꾸준히 준비해왔고, 공정위 사전결합 심사 관련 자료도 지속적으로 제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투자업계에서는 롯데시네마–메가박스 합병을 둘러싼 투자 유치 논의가 단기간 내 속도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합병 자체보다 그룹 전반의 재무 체력과 FI 관리, 그리고 공정위 승인 이전까지의 자금 해법이 투자 판단의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