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뿐 아니라 정부 눈치도 봐야"…대기업들, 주총 앞두고 재정비에 분주
입력 2026.02.12 07:00
    상법 개정 후 첫 정기 주총에
    "초기 눈총 피하자" 기류 확산
    행동주의·연기금 변수도 가세
    기업들 긴장…선제 대응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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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AI 생성 이미지(편집)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다가오면서 상장사들이 일제히 대응 태세에 들어갔다. 상법 개정 이후 처음 맞는 정기 주총인 만큼 시행 초기부터 불필요한 논란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내부 점검에 공을 들이는 분위기다.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은 이사회 책임을 강화하고 주주 권한을 확대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이사의 충실의무 범위가 '회사'에서 '주주'까지 확장되면서 이사회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 강도도 한층 높아졌다. 지배주주나 특정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우선하는 판단은 향후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졌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 3%로 제한하는 '3% 룰'도 도입됐다. 해당 규정은 올해 7월부터 적용된다.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서 지배주주의 영향력을 낮추기 위한 장치다. 이사 선임 과정에 소수주주들이 영향력을 확대할 가능성이 커졌다.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와 집중투표제 의무화도 시행을 앞두고 있다. 두 제도는 오는 9월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분리선출 대상 감사위원은 기존 1인에서 2인 이상으로 늘어난다.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상장사에는 집중투표제도 의무 적용된다. 

      주요 기업들은 이사회 구성과 감사위원 선임 구조를 다시 들여다보며 내부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업 법무와 IR 조직을 중심으로 "굳이 당국의 타깃이 될 필요는 없다"는 판단 아래 사전 점검에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기업들이 실제로 경계하는 대상이 주주라기보다 주주권 강화를 전면에 내세운 '정부'라는 해석도 나온다. 

      그간 시장에선 개정 상법에 포함된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를 두고 해석이 엇갈려 왔다. 시행 시점에 맞춰 감사위원을 2명 이상 확보해야 하는지, 아니면 시행 이후 단계적으로 충원해도 되는지를 두고 기준이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시행 시점까지 최소 2명의 분리선출 감사위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은 상태다. 이에 기업들은 정기 주총 또는 임시주총을 통해 정관을 변경하고 감사위원을 미리 선임해야 한다. 

      아직 '3% 룰'이 적용되기 전이라는 점에서 이번 주총을 통해 소수주주가 추천한 감사위원이 선임되는 등의 구조적 변화가 나타나진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미리 구조를 갖추지 못할 경우 이후 주총에서 감사위원 2명을 동시에 선임해야 하는 등 복잡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선제 대비가 필수적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각 기업별로 이사의 임기나 수가 달라 검토할 사안들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이에 따른 내부적 법률 검토와 외부적 검토 모두 받고 있다"며 "고려해야 할 변수가 훨씬 많아진 것이 사실인데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선제적으로 다방면 검토를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미 행동주의 펀드의 타깃으로 거론된 기업들은 보다 직접적인 부담을 안고 있다. ▲LG화학 ▲코웨이 ▲DB손해보험 ▲JB금융지주▲BNK금융지주 등을 주요 관전 포인트로 꼽는다. 이들 기업은 자본 효율성 제고와 주주환원 확대 등을 요구를 받아왔다. 이번 주총을 앞두고 추가적인 환원책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국민연금의 행보도 긴장감을 키우는 변수다. 최근 국민연금은 일부 기업에 대한 투자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했다. 일반투자는 이사 선임 반대나 정관 변경 요구 등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의결권 행사지침)를 본격 행사할지 여부를 두고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 대형 로펌 관계자는 "행동주의 펀드와 연기금, 해외 의결권 자문사까지 동시에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기업들이 느끼는 거버넌스 압박이 이전보다 훨씬 커졌다"며 "주총 대응이 단순한 안건 관리 수준을 넘어 중장기 지배구조 전략 차원에서 검토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거론되는 기업들은 초긴장 상태다. 이달부터 주주제안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최근 법무법인과 의결권 자문사를 찾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방어 논리를 점검하는 것은 물론, 주주제안에 대비한 시나리오를 사전에 마련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정책 부담이 맞물리며 기업들의 셈법은 복잡해지고 있다. 올해 주총은 이러한 변화의 방향성을 가늠할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