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은 숨 고르기, 주식은 활기…돈 몰리는 메자닌 시장
입력 2026.02.12 07:00
    국고 10년물 3.7%…회사채 연초효과 실종
    증시 강세에 메자닌 발행 합리적 선택
    모험자본 공급에 메자닌 '공급자 우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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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채권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 간의 온도차가 확연하다. DCM은 금리 부담 속에 숨 고르기에 들어간 반면, ECM은 주식연계채권(메자닌) 등을 중심으로 조달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주식시장이 현재의 온기를 유지한다면 메자닌 등 구조화금융을 활용한 자금 조달이 당분간 조달 시장에서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통적으로 회사채 시장은 1~2월 이른바 '연초 효과'를 누린다. 새 자금이 유입되고 기관들의 투자 여력이 넓어지면서 발행 여건이 1년 중 가장 좋다는 평가가 따른다.

      그런데 올해초 채권시장은 녹록지 않은 분위기다. 최근 국고채 10년물은 3.7%대까지 오르며 회사채 발행 여건을 압박, 연초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연초 회사채 발행 규모도 2015년 이후 10년 만에 상환액이 발행액보다 더 많은 순상환으로 전환했다. 올해 들어 이날까지 회사채 순상환액은 총 7조390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1월 6조7346억원 규모 순발행됐던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회사채 발행도 AA급 우량물 위주로 소화가 이뤄졌다. A증권사 DCM 헤드는 "현재 시장은 사실상 AA급에만 열려 있다"며 "A급 이하부터는 설 연휴 이후로 발행 시점을 계속 미루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실제로 3월 결산을 앞둔 기업들 가운데서도 만기 여유가 있는 곳들은 발행을 4월 이후로 늦추고 있다. 금리가 내려오지 않는 상황에서 굳이 비싼 이자 비용을 감수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다.

      반면 주식시장은 분위기가 다르다. 연일 이어진 불장에 코스닥의 상승률은 20.4%로 집계됐다. 증시 전반이 강세를 보이면서 메자닌을 통한 자금 조달이 합리적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유상증자에 대한 규제 부담이 커진 것도 메자닌 선호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당국의 감시가 강화되면서 증자가 쉽지 않은 기업 입장에서는 메자닌이 사실상 우회로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올해 들어 발행된 전환사채(CB), 교환사채(E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메자닌 규모는 총 6787억원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3351억원) 대비 2배 넘게 늘었다. 심지어 코스닥 바이오 상장사 중에는 CB와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섞어 1500억원 안팎을 조달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사례도 나온다.

      메자닌은 채권과 주식의 성격을 동시에 지닌 투자 상품이다. 일정 수준의 이자 수익을 기대할 수 있으면서도 주가가 오르면 주식 전환을 통해 추가 수익을 노릴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B증권사 주식자본시장(ECM) 관계자는 "요즘 코스닥 시장에서 메자닌 발행한다고 하면 완전 갑의 위치"라며 "성장성만 설득이 된다면 무조건 찍을 수 있다. 모험자본이 갈 곳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실질적인 수혜는 A급 미만 기업들이 보고 있다"고 말했다. 

      눈에 띄는 변화는 자금 공급 주체다. 과거에는 중소형 증권사를 통해 메자닌 발행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대형 증권사 자금이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 발행어음과 종합투자계좌(IMA) 사업자의 모험자본 공급 확대 기조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현재 IMA 사업자는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2곳, 발행어음 사업자는 한국투자·미래에셋·KB·NH투자·키움·하나·신한투자증권 7곳이다.

      한 상장사 자금팀장은 "회사채 발행을 검토했는데, 올해는 주관사단에서 먼저 메자닌 발행을 권하더라"며 "예전과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했다.

      메자닌을 둘러싼 경쟁은 증권사 내부에서도 치열하다. C증권사 기업금융본부 관계자는 "예전엔 메가 사이즈 딜만 하자는 분위기였는데, 대형 딜 경쟁이 너무 치열해 중소·중견기업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며 "코스닥 쪽에서는 지금 메자닌이 공급자 우위 시장"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전망도 메자닌 쪽에 무게가 실린다. 3월 이후 국민성장펀드와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도입이 본격화하면 모험자본 성격의 유동성이 추가로 공급될 가능성이 크다. 국민성장펀드는 직접투자방식으로 중소·중견기업 메자닌 투자가 가능할 전망이다. BDC의 경우 공모 형태로 자금을 모아 비상장 스타트업과 코스닥·코넥스 상장기업에 투자하는 상장형 펀드로, 메자닌을 포함한 개별 기업 주식 위주로 운용될 것으로 보인다.

      A증권사 DCM 헤드는 "국민성장펀드 등 모험자본과 관련한 시중 유동성 공급이 원활해질 전망"이라며 "신용등급이 부담스러운 기업이나 대규모 설비투자(CAPEX)가 필요한 기업이 주요 수요처로 거론된다"고 했다. 

      주가수익스와프(PRS)도 다시 각광받고 있다. 주식시장 분위기가 개선되면서 "안 할 이유가 없다"는 반응이 많다. 넷마블과 하이브가 최근 PRS 계약을 체결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넷마블은 하이브와 3207억6000만원 규모의 PRS 계약을 체결하고 보유 중인 하이브 주식 88만주를 매각한다.

      D증권사 DCM 헤드는 "EB는 투자자와 이익을 나눠야 하지만, PRS는 대주주가 다 가져가거나 증권사가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장이 좋을 때는 훨씬 효율적인 수단"이라며 "두산의 두산로보틱스 PRS 역시 납입 전부터 주가가 오르며 유리한 구조가 됐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