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실리는 '항공우주'…신사업 확장 대한항공·맞손잡은 한화-KAI
입력 2026.02.13 07:00
    지상 방산 넘어 항공우주 관심 지속
    대한항공, 방산 점찍고 IR 강화 추세
    한화·KAI도 맞손잡고 항공 사업 협력
    큰 기대감 속 실적 가시성 아직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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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항공우주 산업에 대한 시장 관심이 커지는 분위기다. 그간 방산 성장의 중심축이 지상 체계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발사체·위성·무인기 등 항공우주 영역으로도 확장 가능성을 타진하는 분위기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대한항공 등 주요 기업들은 관련 사업에 대한 IR 활동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아직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진 않지만 항공우주를 중장기 성장 축으로 낙점하고 기업가치 재평가 근거가 될 수 있을지 계산기를 두드리는 모습이다. 

      항공우주 사업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건 스페이스X의 상장 가능성이 부각되면서다. 지난해 스페이스X가 기업공개(IPO) 추진 의지를 내비치자 우주 항공 밸류체인 전반이 조명받았다. 초대형 우주 기업이 미국 증시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섹터 전반에 대한 투자 심리가 개선될 수 있단 논리다. 

      중소형 밸류체인뿐 아니라 기존에 사업을 타진하던 대기업들은 항공우주 산업에 대한 시장 소통을 늘려나가고 있다. 

      대한항공은 방위산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꼽았다. 운송업 업황 변동성이 큰 데다 여객 사업의 회복세도 뚜렷하지 않은 만큼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새로운 먹거리를 모색했단 해석이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차가 로봇 사업을 계기로 새로운 투자 수요를 끌어들였던 것처럼, 대한항공 역시 방산 테마로 시장의 주목을 받는 시점이 올 것이란 시선이 있다. 

      실제로 회사는 항공우주사업본부의 체급을 키우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항공 MRO(정비)와 군용 사업 수주뿐 아니라 무인기 역량 확보에도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최근 드론 전문기업 파블로 항공에 대한 전략적 지분 투자는 군집 인공지능(AI) 기반 자율비행 알고리즘을 자사 플랫폼에 접목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회사는 IR 과정에서 방산·항공우주 부문의 매출 비중을 끌어올리겠다는 메시지를 내고 있으며, 투자업계와의 접점 역시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역시 우주 사업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회사는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3분기 누리호 5차 발사가 예정돼 있다"며 "관련 진행 상황을 시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한화시스템과 쎄트렉아이를 연결 실적으로 반영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발사체부터 위성 서비스까지 아우르는 국내 유일의 사업 구조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4년 4월 약 540억원을 출자해 항공기·항공엔진 리스 사업을 담당하는 한화에비에이션도 설립했다. 이어 지난해 미국 내 항공엔진 MRO 전문 시설을 인수하고 한화에어로테크닉스 법인을 신설했다.

      한 관계자는 "조선과 달리 항공 MRO는 수행 즉시 현금이 유입되는 구조인 데다 부가가치도 높다"며 "안정적인 캐시플로를 확보할 수 있는 만큼 회사가 김동관 부회장이 사업을 전략적으로 키우려는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한화 방산 계열사들이 구조적으로 우주항공 영역으로 확장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해외 방산 수출이 늘어날수록 단순 무기 공급을 넘어 위성 기반 통신·정찰 등 인프라 역량이 경쟁력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캐나다 잠수함 사업과 같은 대형 프로젝트에선 중요성이 더욱 분명해진다. 캐나다는 고위도 작전 환경에 인접해 있어 전자장비 운용 조건과 위성항법(GPS) 신호 특성이 중위도와 다르다. 국내 기준으로 설계된 체계는 현지 환경에 맞춰 센서와 데이터를 재보정해야 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런 점에서 무기를 개발할 육·해·공 환경 자체에서 독일이 우위란 시선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해군이 많은 도움을 주고 있고 국가와 기업 모두 힘을 합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무기 체계의 전체적 인프라 측면에서 불안한 부분도 있는 게 사실"이라며 "단순히 잠수함만 파는 것이 아니라, 위성 기반 통신·신호 체계까지 함께 구축돼야 하는데 지정학적 환경이 한국과 다른 만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요소가 적지 않다"고 했다. 

      한화와 KAI의 협력은 눈여겨 볼 부분이다. 양사는 최근 항공무장 개발·체계통합 및 공동 마케팅을 골자로 한 MOU를 체결했다. KF-21, FA-50 등 플랫폼에 장거리 공대공·공대지 무장을 통합해 수출 패키지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그간 전자전기 사업 등에서 경쟁 구도를 형성하며 미묘한 긴장 관계를 이어왔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협력은 관계 설정의 변곡점으로 읽힌다.

      단순 사업 협력을 넘어 양사 간 전략적 접점 확대의 신호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KAI의 최대주주가 한국수출입은행인 만큼 중장기적으로 지분 매각 가능성이 거론돼 왔다. 한화와 KAI의 협력 강화가 향후 지배구조 재편 가능성과 연결되는 것 아니냔 이야기도 꾸준히 회자하고 있다.

      KAI는 본업 자체가 항공사업인 만큼 관련 사업에서 국내 가장 많은 트랙레코드를 보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완제기 수출과 더불어 위성체계종합 역량을 갖춘 몇 안 되는 업체다. KF-21 양산도 가시화되고 있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KAI에 대해 '비중확대' 의견을 유지하고 목표주가를 18만원으로 상향했다. KF-21 양산 본격화와 중동 수출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대해서는 '비중확대' 의견을 유지하며 목표주가를 150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4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에 다소 못 미친 점을 반영했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큰 기업들이라 아직까지 매출 비중에서 항공우주 쪽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진 않지만, 점차 확대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관련 수주 사업들이 나오면 시장 관심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