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우리證 잇단 증자 검토…금융지주, 증권사에 다시 돈 싣는다
입력 2026.02.12 14:16
    10년 만에 대규모 증자 거론…KB, 체급 확대 시동
    우리금융도 종투사 겨냥 자본확충 검토 공식화
    자기자본 커야 사업 확장…초대형 IB 경쟁 재점화
    카드·캐피탈 정체 속 증권이 다시 성장 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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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융지주들이 증권 자회사에 대한 유상증자 카드를 다시 만지작거리고 있다. 은행 중심의 이익 구조가 여전히 견고하지만, 자본규제와 성장 둔화로 추가적인 레버리지 확대에는 제약이 커진 반면 증권은 자기자본 규모에 따라 사업 확장 여지가 달라지는 구조라는 점에서다. 

      최근 주요 지주에서 잇달아 증권 자회사 자본 확충이 거론되는 배경에도 이 같은 내부 자본 배분 논리가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KB증권을 대상으로 4000억~5000억원 안팎의 유상증자를 상반기 내 단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말부터 관련한 논의를 내부적으로 진행해 왔던 것으로 전해지며, 구체적인 규모와 시기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자기자본 기반 사업 확대를 염두에 둔 체력 보강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다.

      이번 논의는 단순한 일회성 자본 보강이라기보다, 지주 차원에서 의미 있는 규모의 증자가 오랜만에 거론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KB증권이 지주로부터 마지막으로 대규모 자본을 수혈받은 시점은 2016년 현대증권 편입 과정에서의 1800억원 유상증자다. 이후에는 소규모·간헐적인 자본 조정에 그쳤던 만큼, 수천억원 단위 증자가 다시 테이블에 오른 것 자체가 방향성을 보여준다는 시각이다.

      우리금융도 비슷한 흐름이다. 우리금융은 최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우리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이 약 1조2000억원 수준이라고 설명하며,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체제 구축을 위해 단계적인 유상증자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규모나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며, 인가 일정 등을 고려해 자본정책을 마련해 나갈 전망이다.

      이처럼 KB와 우리금융에서 동시에 증권 자회사 증자가 언급되는 배경에는 지주 내부의 자본 배분 환경 변화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주 입장에서는 비은행 가운데 당장 수익을 낼 수 있는 축이 사실상 증권이고, 증권은 결국 자기자본이 있어야 사업이 되는 구조"라며 "일정 자본 규모를 넘지 않으면 할 수 있는 사업 자체가 제한되기 때문에 자본을 계속 키울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라고 말했다.

      증권업 특성상 자본이 곧 사업 영역으로 이어진다는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자기자본 규모에 따라 IMA(종합투자계좌), 발행어음, 자기자본투자(PI), 기업금융(IB) 등 확장 가능한 영역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앞선 관계자는 "예전에는 자기자본 4조원 수준이면 의미 있는 체급으로 평가됐지만 지금은 8조~10조원 단위로 경쟁 구도가 바뀌었다"라며 "체급을 키우지 않으면 상위 사업 영역으로 올라가기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한국금융지주가 올해 초 한국투자증권에 1조5000억원 규모 자금을 수혈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비록 한국금융지주는 다른 금융지주들과 달리 한국투자증권이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력 자회사라는 점에서 차이는 있지만, KB·우리금융까지 증권 자회사 자본 확충을 검토하면서 '증권 체력 키우기'가 지주 전반의 공통 과제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이와 함께 금융지주 내부에서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려는 흐름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드·캐피탈 등 전통적인 비은행 자회사들이 성숙 단계에 접어든 상황에서, 자본시장 사이클에 따라 실적 반등 여지가 큰 증권이 상대적으로 성장 축으로 재조명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IB와 트레이딩, 운용 부문은 시장 환경이 회복될 경우 실적 변동 폭이 큰 만큼, 지주 입장에선 선제적으로 체력을 키워둘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자본시장 환경이 살아나는 흐름 속에서 증권사 체력을 미리 끌어올리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라며 "지주들이 단기 실적보다는 중장기 성장 축을 어디에 둘지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