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지 반길 부분이지만 득실 따져야
美는 리쇼어링에 강한 방점 찍었단 분석
MPZ 세제 혜택에도 부담 여전하단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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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백악관이 '미국 해양 행동계획(Maritime Action Plan·MAP)'을 공개하며 자국 조선업 재건 의지를 문서로 못 박았다. 한층 진전된 조치라는 평가가 나오는데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기대감과 함께 득실 계산에 분주한 분위기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자국 조선업을 되살리기 위한 '미국 해양 행동계획(AMAP)'을 지난 13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해당 계획에는 ▲미국 조선 역량 재건 ▲인력 교육 및 훈련 개혁 ▲해양 산업 기반 보호 ▲국가·경제 안보 강화 및 산업 복원 등의 내용이 담겼다.
시장에서는 특히 '브리지 전략(Bridge Strategy)'에 주목했다. 미국의 선박 건조 능력이 회복되기 전까지 동맹국에서 선박을 건조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다수 선박을 발주할 경우 초기 선박은 해외 조선소에서 건조하고, 동시에 미국 조선소에 직접 투자를 진행해 장기적으로 현지 건조 체계를 구축하도록 하는 구조다.
상무부 주도로 해양번영구역(MPZ)을 지정해 세제 혜택과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방안도 포함됐다. 100개의 구역을 지정해 해당 구역에 투자 시 세제 혜택 등을 제공해 동맹국 투자를 유도하겠단 것이다.
주가는 즉각 반응했다. 연휴 이후 한화오션은 15% 넘게 급등했고, HD현대중공업 역시 11% 넘게 상승했다. 삼성중공업 등 여타 조선주도 동반 강세를 보였다. 앞으로도 미국과의 조선업 협력과 관련한 뉴스가 나올 경우 조선주 주가는 지속해 들썩일 가능성이 높다.
증권가에서는 정책 의지가 문서로 명시됐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그간 구두로 언급되던 협력 기조가 공식 문서에 담겼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이 일부 완화됐다"며 "브리지 전략을 통해 해외 건조 가능성이 열렸다는 부분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조선업계는 기대감을 가지면서도 차분히 득실을 따지는 분위기다. 계획이 처음으로 문서화됐다는 점은 분명 고무적이지만,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번 구상이 협력보다는 장기적인 리쇼어링(미국 내 생산 회귀)에 방점이 찍힌 전략이라는 해석도 많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브리지 전략은 미국 조선업 기반이 약화된 상황에서 당장 필요한 선박을 확보하기 위한 과도기적 조치에 가깝다"며 "첫 선박은 해외에서 건조하되, 그 사이 미국 내 투자를 단행해 이후 물량은 현지에서 만들 수 있도록 하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한국에서 블록을 제작해 미국으로 가져가 조립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거론됐지만, 결국 미국 투자가 병행돼야 한단 것"이라며 "고부가가치 선종이 아닌 컨테이너선이나 탱커 등 범용 선종 발주가 우선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은 특정 선종이 아니라 전반적인 선박 공급이 부족한 상황으로 평가된다. 한국 조선사들이 경쟁력을 갖춘 LNG선보다 컨테이너선·탱커 등 상대적으로 단가가 낮은 선종이 발주될 경우, 수주 물량은 늘 수 있어도 수익성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브리지 전략에는 해외 건조 대상 선박이 상선인지 군함인지 명확히 구분돼 있지 않다. 만약 군함까지 포함된다면 국내 조선사 입장에서는 의미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번스톨레프슨 수정법 등 기존 법령에서 '미국 내 건조'를 원칙으로 한 조항을 어떻게 정리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해양번영구역(MPZ)지정 역시 업계의 고려 대상이다. 조선 3사를 포함한 주요 업체들은 MPZ 지정에 따른 세제·보조금 혜택을 적용할 경우 미국 내 조선소 투자 비용이 어느 정도 줄어들 수 있을지 따져보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해당 구역 내 투자를 단행하면 30~40% 수준의 투자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오고도 있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실제로 수익이 남을지는 아직 장담하기 어렵다. 그만큼 쉬운 투자가 아니란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내 선제 투자에 나선 한화그룹 역시 필리조선소 투자에 애를 먹고 있지만, 한화그룹은 조선뿐 아니라 미국 내 추진 중인 방위산업과의 연계성을 감안하면 중장기 전략 차원의 투자란 분석이 많다. 미국 내 방산업 확장을 위한 행보로 교차매출이 날 수 있는 구조이겠지만, 순수 조선업만 놓고 보면 여전히 미국 투자 결정은 쉽지 않은 선택이란 것이다.
HD현대중공업은 아직 미국 내 직접 투자를 단행하지 않은 상태다. 미국의 MAP 계획이 발표되며 HD현대그룹이 미 투자 방향에 다시 한번 시선이 쏠렸다. 미국 내 직접 투자를 통해 공격적으로 베팅한 한화오션과 달리, HD현대중공업은 보수적인 접근을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HD현대그룹 역시 방위산업의 수익성과 성장성을 인지했단 평가다. 미국 함정 시장의 전략적 가치를 인식하고 있는 만큼 내부적으로 다양한 진출 시나리오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실제 미국 투자를 단행하기까지는 손익 구조를 면밀히 따지는 분위기다. 업계 안팎에서는 여전히 신흥국 시장 쪽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다른 조선업계 관계자는 "산업 특성상 불확실성이 먼저 보게 된다"며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더라도 인력 수급과 생산 인프라 등을 감안했을 때 장기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을지 여전히 물음표가 붙어 냉정히 따져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조선업 연구원은 "미국 내 조선업 재건이 쉽지 않겠지만 만약 성공하더라도, 현재 방향대로라면 정말 장기적으론 결국 미국 조선소가 한국 업체들의 또 다른 경쟁자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MAP에는 비미국산 선박 화물에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과 '미국 해양 우선요건(USMPR)' 도입 계획도 포함돼 있다. 이 같은 구조가 자리 잡을 경우 향후 유럽 선주 등 글로벌 선사들이 미국산 선박을 선택하는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