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고적 주주제안 도입하면 이사회 압박 창구만 확대
이미 LG엔솔 지분 활용 포함한 주주환원책 내놨지만
주주 달래기엔 역부족한데 추가대책 여력도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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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헤지펀드 팰리서캐피탈이 LG화학을 향한 압박 강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달 초 주주제안을 제출한 지 보름여 만에 법원에 주주총회 의안상정 가처분을 신청했다. LG화학의 대응 여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LG화학은 팰리서가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주총 의안상정 가처분을 신청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공시했다. 팰리서가 상법 제363조의2(주주제안권)에 따라 지난 9일 회사에 발송한 주주제안을 내달 예정된 정기주총에 상정해달라고 법원에 신청한 것이다.
아직 이사회가 주총 소집을 결의하기 전이지만 공시가 나온 뒤 다투기에는 시간적 여유가 없는 만큼 팰리서가 한발 빨리 행동에 나선 상황으로 풀이된다. LG화학이 주주제안을 주총에 상정하지 않을 가능성을 높게 봤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간 팰리서는 주요 주주임에도 LG화학 이사회와의 면담 요청이 반복적으로 거절당해왔다고 주장해왔다.
팰리서의 전략은 크게 2단계로 구성돼 있다. 일단 ▲선임독립이사(선임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할 수 있게 ▲권고적 주주제안이 가능하게 정관을 개정하는 게 1단계다. 정관 개정은 명백한 주총 권한 사항이라 회사가 상정을 거부하기 쉽지 않다.
핵심은 정관 개정으로 권고적 주주제안이 가능해질 경우다. 팰리서는 권고적 주주제안이 도입된다는 전제로 ▲순자산가치(NAV) 할인율을 분기별로 공시할 것 ▲주식연계보상을 신설하고 핵심성과지표(KPI)에 자본 효율성 지표를 도입할 것 ▲ LG에너지솔루션 지분율을 70% 미만으로 추가 축소하고 매각대금을 자사주 매입에 사용할 것 등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공시 방식이나 자본정책, 임직원 보상체계 등은 대부분 이사회 전속 권한으로 주총에서 다툴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게 일반적 해석이다. 이사회 권한을 침해하는 안건에 대해선 회사가 상정을 거부할 수 있다. 그러나 권고 형태라면 법적인 구속력이 없을 뿐 주총에서 공개 의제로 끌어올리기 용이해진다. 통과 여부를 떠나서 권고안이 이사회 판단을 직간접적으로 압박할 수 있는 창구가 되는 셈이다.
자문업계 한 관계자는 "권고적 제안이 가능해지면 주총에서 다룰 수 없는 내용도 의견 표명 형태로 의제화할 수 있게 된다"라며 "주주로서 특정 의사를 표명하는 거니 이사회 권한을 침해한다고 보기도 어렵고, 소수지분으로 여론전 펼치기 더 쉬워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LG화학으로서도 답답한 형국일 거란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을 내놨지만 주가에는 별 도움이 안 되고, 주주 불만은 갈수록 거세지는데 이 이상 내놓을 대책도 마땅치 않은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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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은 1월 LG엔솔 보유 지분 활용을 포함한 중장기 주주환원책을 공시했다. 향후 5년 동안 LG엔솔 지분을 70%까지 점진적으로 유동화해 마련한 재원을 성장성, 재무 건전성, 주주 환원에 각기 배분해 활용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주주들이 가장 관심을 기울인 대목은 구체적인 환원 비중이었는데, LG화학은 확보한 재원의 10% 이상을 주주 환원에 쓰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신용등급이 계속 떨어지는 상황에서 등급 방어에도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증권사 화학 담당 한 연구원은 "석유화학 구조조정에도 상당한 비용이 투입돼야 하고 첨단소재 추가 투자나 차입 부담도 고려해야 한다"라며 "경영진 입장에선 얼마간 합리적인 대책을 내놓은 것으로 보이는데 이걸로는 주주들을 달래기 역부족이라는 게 문제다. 주가가 너무 오랜 기간 저평가 상태에 놓인 탓"이라고 말했다.
정관 개정안과 권고안 모두 실제 통과 가능성은 주총 표결에 달려 있는 만큼 결과를 단정하긴 이르다는 평가가 많다. 내달 4일 예정된 법원의 가처분 심문기일에서 어떤 결론이 나올지도 알기 어렵다.
그러나 장기간 주주 불만이 누적돼 온 만큼 LG화학이 여론을 달래기 위한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내년 정기 주총부터는 3%룰과 집중투표제가 의무적으로 도입되는 만큼 소수주주 표 가치가 갈수록 극대화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집중투표제는 소수주주가 이사 선임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핵심 장치로 평가된다. 팰리서 측도 개정상법으로 인한 제도적 변화까지 고려해 장기 전략을 펼치는 상황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