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5000억 규모 인프라 펀드 조성…'생산적금융' 시동
입력 2026.02.25 13:07
    계열사 출자 인프라 플랫폼 구축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 투자 확대
    금융지주 생산적금융 확대 기조 속
    인프라 시장 선점 경쟁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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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정부의 생산적 금융 확대 기조에 맞춰 하나금융그룹이 5000억원 규모의 인프라 블라인드 펀드를 조성한다. 신재생에너지와 사회간접자본(SOC)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 확대를 통해 향후 5년간 84조원 규모로 계획된 생산적 금융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 풀이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최근 주요 계열사 출자를 통해 약 5000억원 규모의 인프라 전용 블라인드 펀드를 결성하기로 했다. 해당 펀드는 태양광, 풍력발전, 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과 각종 인프라 개발 프로젝트를 주요 투자 대상으로 삼는다. 개별 기업 지분 투자도 열어뒀지만, 주로 발전소·에너지 설비 등 프로젝트 단위 투자에 무게를 두는 구조다.

      이번 펀드 조성은 정부가 추진 중인 국민성장펀드와 생산적 금융 확대 정책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해석된다. 하나금융은 향후 5년간 총 84조원의 생산적 금융을 공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올해에만 18조원을 집행할 예정이다. 

      생산적 금융은 첨단 전략산업, 신성장 산업, 인프라 등 실물경제 기반을 강화하는 분야에 자금을 공급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구체적인 범위와 기준이 명확하게 규정돼 있지 않아 금융권 내부에서도 해석의 여지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부동산, 유통업, 단기성 투자, 사행산업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는 수준 외에는 세부 가이드라인이 뚜렷하지 않다"며 "결국 각 금융그룹이 자체적으로 범위를 설정해 집행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에 대한 익스포저를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인프라 투자로 무게중심을 이동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몇 년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확대되면서 자산 포트폴리오 재편 필요성이 커진 점도 배경으로 꼽힌다.

      앞서 KB금융그룹은 1조원 규모의 'KB국민성장인프라펀드'를 결성하며 인프라 투자 확대에 나선 바 있다. KB금융의 펀드가 100% 그룹 자본으로 조성된 영구폐쇄형 구조를 채택해 장기 보유에 초점을 맞춘 것과 마찬가지로, 하나금융 역시 계열사 자금을 활용한 자체 인프라 투자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주요 금융지주들이 잇달아 인프라 전용 펀드를 결성하면서 생산적 금융을 둘러싼 경쟁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이와 관련, 하나금융 측은 "인프라 펀드 조성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각 계열사별 출자 금액과 펀드 조성액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금융권에서는 이를 두고 은행 중심 수익구조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중장기 전략 전환으로 보고 있다. 가계대출 규제 강화와 순이자마진 둔화 속에서 안정적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에너지·인프라 자산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중에서도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장기 전력구매계약(PPA)을 기반으로 예측 가능한 수익 구조를 갖는다는 점에서 보험·은행 자본과의 궁합이 좋다는 평가다.

      다만 정책 기조 변화나 에너지 가격 변동, 인허가 지연 등 인프라 사업 특유의 리스크는 여전히 변수로 남는다. 생산적 금융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자칫 '정책 실적 맞추기'식 집행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금융지주들은 단순 대출 공급을 넘어 국가 전략산업과 에너지 전환 인프라에 직접 자본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자산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겠다는 방침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생산적 금융이 당분간 주요 경영 지표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인프라 투자 플랫폼을 선점하는 금융사가 향후 정책 자금과 민간 자금을 연결하는 핵심 플레이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