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인정'이냐 '수익 확보'냐…금융지주, 국민성장펀드 두고 복잡한 셈법
입력 2026.02.26 07:00
    국민성장펀드 실적 인정 부담 커지는데
    딜 소싱했는데 산은과 '공동 주선' 될까
    수수료 쪼개기 우려…공동대출도 '역마진'
    • '실적 인정'이냐 '수익 확보'냐…금융지주, 국민성장펀드 두고 복잡한 셈법 이미지 크게보기

      금융지주들이 '생산적 금융' 기조 아래 딜 소싱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이를 산업은행이 운용하는 첨단전략산업기금과 매칭해 국민성장펀드 실적으로 인정받을지, 아니면 자체 주선으로 소화할지를 두고 고민하는 분위기다. 산업은행과 공동 구조로 갈 경우 수수료 체계와 역할 배분에서 주도권이 분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주요 금융지주들은 향후 5년 동안 국민성장펀드에 각 10조원 규모로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각 금융지주들은 이를 포함한 생산적금융 지원 규모 또한 발표했다. KB금융이 93조원, 신한금융이 93~98조원, 농협금융이 93조원, 하나금융이 84조원, 우리금융이 73조원 규모다.

      금융지주에서는 국민성장펀드 실적 충족 부담이 적지 않다는 분위기다. 생산적금융이 국민성장펀드 실적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산업은행이 운용하는 첨단전략산업기금과 매칭돼야 하기 때문이다. AI, 반도체, 바이오, 로봇 등 지원 분야가 정해져 있는 만큼 '어떤 딜'을 발굴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적지 않은 셈이다. 

      실적 부담이 큰 만큼 은행권에서는 성격에 맞는 딜을 발굴할 경우 가급적 산업은행으로 보내는 방안을 유력 검토하고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산은 첨단전략산업기금이 참여해야 국민성장펀드 실적으로 인정되는데, 실적을 채우는 게 쉽지 않은 만큼 성격에 맞는 딜은 가급적 국민성장펀드로 접수하려 하고는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들어 은행권에서는 반대되는 목소리도 나온다. 각 금융지주들이 소싱한 딜을 산업은행으로 가져갈 경우 산업은행과 '공동 주선' 구조가 되면서 주도권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서다. 이른바 '공적 나누기'가 되지 않겠냐는 시각이다.

      통상 딜을 발굴·주선한 금융기관은 수수료를 통해 일정한 보상을 확보한다. 그러나 산업은행과 공동 구조로 진행할 경우 주선 수수료와 리드 역할이 분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각 금융지주들이 단독으로 주선하는 딜의 경우 수수료를 온전히 확보할 수 있지만, 공동 주선 구조에서는 그 몫이 나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공동대출 형태에서도 금리 격차에 따른 수익성 저하 우려가 나온다. 시중은행들은 산업은행과 유사한 수준의 금리를 제시해야 하는데, 조달 비용 차이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낮은 조달금리를 기반으로 저리 대출이 가능한 산은과 달리, 금융채 금리 등에 연동되는 시중은행은 조달 비용 자체가 상대적으로 높아 마진 폭이 급격히 축소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금융권 내부에서는 국민성장펀드를 통한 실적 달성보다는 수익성을 우선으로 한 선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책적 상징성이 크거나 산업은행의 참여로 위험가중자산(RWA) 완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건에 한해서만 공동 트랙을 활용하고, 자체 소화가 가능한 우량 딜은 단독 진행을 통해 수익성을 지키겠다는 전략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파이가 줄어들더라도 국민성장펀드 지원이 반드시 필요한 딜이라면 공동 트랙으로 가져가겠지만, 생산적 금융으로도 실적 인정이 가능한 만큼 수익을 극대화하는 쪽을 택할 수도 있다"며 "결국 해당 딜의 성격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권 일각에서는 최근 기업들이 국민성장펀드 매칭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산업은행을 먼저 찾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한다. 국민성장펀드가 산업은행을 중심으로 집행되는 구조인 만큼, 기존에 시중은행과 거래하던 기업들도 정책금융 연계를 위해 산은을 우선 접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대기업은 시중은행에서도 충분한 금융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중견기업 등은 정책금융 접근성과 승인 확실성을 고려할 때 산업은행을 통한 구조가 유리하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 경우 자연스럽게 산업은행이 리드로 자리 잡고 조건 설정과 역할 배분에서도 우위를 점하는 구도가 고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국민성장펀드 사무국 인력이 충분하지 않아 기존 산은 부서에서 실무 검토를 맡게 되면 자연스럽게 공동 주선 형태로 흘러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라며 "금융지주들이 제안한 딜이라면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도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사례가 없어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