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에 꽂힌 블랙록, '통신'에 집중한 웰링턴…外人이 주목한 한국 기업은?
입력 2026.02.27 07:00
    2월 외국인 순매도 12조원에도 불구
    반도체·통신·배당株 공개 쇼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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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2월 들어 외국인 투자자들이 코스피 시장에서 대거 차익실현에 나선지만, 일부 외국 기관들은 특정 분야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리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더할 나위 없는 호황을 맞고 있는 반도체 관련 기업, 반도체 수혜가 예상되는 전자·IT 분야, 그리고 역대급 주주환원이 기대되는 배당주들이 그 대상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2월에만 코스피에서 약 12조3000억원어치를 순매도 했다. 지난달 3000억원가량을 순매수한 이후, 2월 들어 지수가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내자 차익실현과 함께 숨고르기에 돌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외국인들의 매도세에도 불구하고 개인투자자 자금이 증시에 대거 유입하면서 코스피는 지난달 27일 5000선을 고지를 밟은 이후, 29일만에 6000선을 돌파했다.

      외국인들의 거센 매도세와는 별개로, 오히려 외국인들이 비중을 늘린 기업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외국계 운용사들 상당수는 공시의무를 피하기 위해 지분율 5% 미만으로 주식을 보유하는 경우가 많지만, 공개적으로 지분을 확대해 나가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 Fund Advisors)은 지난 20일 SK하이닉스 주식 약 3641만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지분율은 약 5%로 현재 4대주주이다. 블랙록이 하이닉스 지분율 5%를 넘긴 것은 지난 2018년 5월 이후 약 7년 9개월만이다. 

      블랙록의 CEO 래리핑크(Larry Pink)는 지난해 9월 이재명 대통령과 회동을 통해 "한국을 아시아 인공지능(AI) 수도로 만들기 위해 자본을 동원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후 블랙록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AI 인프라 분야 협력을 점차 구체화하고 있다. 블랙록은 현재 SK하이닉스 외에도 삼성전자, 이수페타시스(반도체 소재) 등의 주요 주주로도 등재돼 있다.

      블랙록이 또 주목한 분야는 배당주다. 올해 들어 배당주 대표격으로 꼽히는 KT&G의 지분을 늘렸다. 올해 주당배당금을 전년 대비 약 12% 늘린 DB손해보험의 지분율도 5% 이상으로 늘어났다. 코스피 급상승에도 주가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았던 금융지주에 대한 비중도 늘렸는데, 우리금융지주 지분을 7%로 늘리며 2대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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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해킹 사건으로 곤욕을 치렀던 통신주 역시 외인들 관심의 대상이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웰링턴매니지먼트(Wellington Management Company)는 SK텔레콤과 KT의 주요주주에 등재됐다. 웰링턴의 단순 투자금액은 약 1조2000억원이 넘는다. 전통적으로 안정적인 배당주로 꼽혀온 통신 기업들은 성장성엔 의문부호가 달려 있었던 게 사실이지만, 최근 들어선 인공지능(AI) 분야로의 빠른 사업확장에 대한 기대감이 시장에 반영되고 있단 평가다. 웰링턴의 지분 매입 전후로 SK텔레콤과 KT의 주가는 가파른 상승 곡선을 나타내고 있다.

      방산 기업에 대한 주목도도 여전히 높다.

      미국계 운용사 아티잔파트너스(Artisan Partners)는 방산 부품 기업 엠앤씨솔루션(舊 두산모트롤)에, 다국적 투자회사 오르비스 인베스트먼트(Orbis Investment Management)는 한화비전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지분율을 각각 5%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과거부터 국내 조선기업에 관심도가 높았던 싱가포르 GIC는 지난해부터 꾸준히 HD현대마린솔루션의 지분을 매수했고, 장내 거래를 반복하며 올해 5% 이상 주요 주주로 재차 등재됐다. 올해 초부터 지난 24일까지 외국인들의 코스피 순매수 상위종목엔 역대급 호황에 힘입어 한화오션(3위, 약 8300억원), 삼성중공업(4위, 약 6000억원) 등 조선 업체들이 자리하고 있다.